무화과 나무아래 무조건 무릎을 꿇고 싶다.
이도원님께 그렇게 훌륭한 작품이 나오도록 했으니
혹 내게도 한작품쯤 헌사해 주지 않을까....
무화과나무는 '썩는다'는 인간의 생래적인
불안감을 체화하고 있는 소설이다.
다소 불편하고 자극적인 '시아버지'란 인물에 대한
표현이 결국은 인간에 대한 애증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결국은 시아버지나 그 며느리인 주인공 그리고 독자인
우리 모두 '썩어간다'는 생의 과정을 함께하는 인간이라는
본질적인 존재감을 느끼기 때문이리라.
썩어가는 육신에 대한 멸시는 곧 자신에 대한 멸시로 이어지고
그 공감적 자학이 결국엔 인간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깊은 정으로 흐르게 하지 않았나.
나는 미래의 자신의 모습이기도 한 시아버지의
썩어가는 육신곁에 살아있는 시간을 헌납하고
썩어가는 일에 기꺼이 함께 하려는 그 행위를
참으로 쓸쓸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보게 되었다.
하지만 썩는다는 일은 축복이다.
썩지않는 영원을 약속받는 일이야 말로
(비닐과 같은 산업적 재앙처럼)
가장 큰 자연의 저주가 아니겠는가.
자연이 주는 모든 생명은 태어남과 동시에
썩어간다. 그렇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생명이 오고 가는 이치인 것,
지금 썩어가는 내 육신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무화과나무-이도원님은 지금의 작품에 만족치 마시고
중단없는 행진을 계속해서 저를 계속 놀라게 해주시길,
저의 사심없는 질투를 계속 유발시켜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