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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이별>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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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이별



유자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울진군 후포면, 비릿한 바닷내음을 따라 가는 길, 어머니와의 이별이 나는 슬프지 않았다 슬프긴커녕, 봄의 바닷가, 바람 한 점 없는 고요를 보는 듯했다 파도도 일렁이지 않았다 햇빛만이 해면 위에 뿌려져 눈부셨다 부두에 정박한 어선들을 보는 순간, 트로이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간 오딧세이처럼 어머니도 마침내 긴 여정 끝에, 피안의 세계로 돌아가셨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생전의 어머니는 이해할 수 없는 영혼이었다 고부갈등따위는 없었다 차라리 우리 두 사람은 서로에게 무심한 편이었다 간간이 들려주시던 생애의 한 페이지는 문맥을 짚을 수 없는 독서와 같았다 나는 여러권으로 나뉘어진 어머니의 생애를 난독했고 띄엄띄엄 읽었다 그러다가 싫증이 나면 덮어버리기 일쑤였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여든네 해, 그녀의 생애는 축축하고, 오래된 고서 혹은 내방가사의 통속적인 슬픔을 따라갈 뿐이었다 하관을 하는 순간에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다만 바다가 보이는 산자락에서 어머니와 나누는 마지막 인사가 왜그리 따뜻했던지, 그때 잠시 내 눈가에 이슬이 맺혔던가 말았던가......





..........................................................................................

나는 이 시에서 담담하면서도 따스한 한 사람의 마음을 읽었다.

서로 무심했기에 고부 갈등이 없었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시어머니의 생애를 해독하고자 무심하지 않은 노력을 했음이 시의 곳곳에 드러난다. 그런 모순성이 밉지 않게 보이는 것은 평범한 인간성이 느껴지는 때문일까?

이해할 수 없는 영혼이라고 하면서도 어머니의 생애를 난독하고자 했던 그 보이지 않는 노력이 결국은 산 자와 죽은 자 사이를 따스하게 이어주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이해할 수 없던 것도 죽음 앞에서는 너그러워지고 저절로 이해가 되어지는 것이기에 한 사람과의 마지막 인사가 따스할 수 있는 것일까?

과연 우리네 어머니들의 죽음은 오딧세이처럼 승자가 되어 피안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나는 늘 궁금하다. 한 사람이 영 떠나면 왜 모든 것이 그토록 빠르게 이해가 되고 함께 했던 날들이 어쩌면 그토록 빠르게 소멸해버리는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라는 구절에 대해서는 시인께 묻고 싶다.

그대는 이해할 수 있는 것만 사랑했던가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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