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김학원 선생께서 보여주신 수많은 작품 중에서 비교적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 시에는 중첩된 이미지로 인한 의미의 혼란이 없고, 문장의 잘못도 없어서 읽기가 편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앓을 수 있는 불치의 병]인 사랑, 그것에 대한 깊은 체험, 그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언어가 독자들의 공감을 일으키지요. 사랑, 그것은 [아픔과 기쁨이 동시에 오게 하]는 것이며, [그 불은 묘혈에서조차 끌 수 없고 영혼과 몸이 일시에 불타면서도 그 고통을 서로 같이 하려하는 힘이기 때문에] 숲 속의 영들도 [조심하는] 것입니다. 작자는 우리들의 삶의 가장 어렵고 엄청난 문제를 너무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시적인 형상화에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릴케도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사랑>에 관한 시를 쓰는 것을 경계하라고 충고하고 있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몇 개의 단어를 빼고(붉은 색), 문맥의 흐름을 위해 몇 마디를 첨가하고(파란 색), 몇 군데 행갈이를 해 보았습니다.
숲에 들어간 이유
―――――― 어두운 숲길로 들자 누군가가 나에게 말했다 .
이 야심한 시각 당돌하게 숲에 드신 이 누구 신가 당신께 묻고 싶소
이곳은 낮이라면 몰라도 밤이면 아무나 좀체 오기 어려운 위험한 곳이라
나도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오
얼결에 나는 급히 대답했다 .
이곳에 온건 다른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로선 좀체 풀기 어려운 ,
고민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민한 나로선 이곳같이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라면 내 고민의 매듭 풀릴 거라 여겼기 때문이지,
굳이 당신들 잠을 깨우기 위함은 아니었오
어둠 속에서 그 음성은 나지막하게 그러나 완강하게 들려왔다
대체 당신의 고민거리가 어떠하신 건지 몰라도 왜 우리들 잠을 설치게 하오
나는 다소 두렵기도 했지만, 차분하게 내 고민의 매듭을 들어보였다
그러나 영은 내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 듣고 나자 그는 망설임 없이 이렇게 말했다 .
당신의 고민을 다룰 수 있는 치유 약이란 없습니다 그건 인간이면
누구나 앓을 수 있는 불치의 병이라오 아픔과 기쁨이 동시에
오게 하고 그 불은 묘혈에서조차 끌 수 없고 영혼과 몸이
일시에 불타면서도 그 고통을 서로 같이 하려하는 힘이기 때문에 ,
영인 우리들도 조심하는 형편이오 오랜 그대 편력 우리는 아나
이 숲에 오기까지 당신 고충에 대해 알고 싶었소
그 이상 우리들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