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시평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 정확하시다는 것이 저의 첫느낌이었습니다. 엄원태 시인의... '늙은 선풍기를 위하여'인가요? 갑자기 제목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 시에대한 선생님의 평을 읽었을 때도 그랬습니다. 저도 아이들을 가르칠 때 이름씨니, 어찌씨니, 안은월이니 안긴월이니... 떠들었습니다만, 왜 그 시를 쓸 때는 명사의 우리말이 이름씨라는 것이 생각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상하지요. 며칠 전에도 우리말 문법을 가르칠 때 그렇게 사용했으면서도요.
예전에 수학을 가르쳤던 선생님이 저보고 참 고집이 세다고 하셨던 말이 지금 생각납니다. 글쎄... 저로서는 제 자신이 고집이 세다고 생각해 보진 않았는데, 아마도 저는 이런 사람이아닌가 생각합니다. 흙탕물이 있다면 그 흙탕물을 피해서 옷을 버리지 않고 가는 아이와 흙탕물에 기어이 발을 들여놓는 호기심 많은 아이 중에서 후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뭐든 직접 겪어보고 체험한 후에야 결론을 내리는...
요즘은 무엇보다도 저 저신을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그러셨지요. 시를 쓰는 동안은 순결해진다는... 요즘의 제가 그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또 누리고 있습니다.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 시를 쓰고나면 왜그리 행복한지요. 그 시가 지난한 제 삶을 위무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합니다. 요즘 소설을 쓰고 있는데 내 속에 있는 이야기가 다 없어진 다음 소설을 완성하면 꼭 선생님께 먼저 보여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