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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아름답>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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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아름답다


서경애



어깨를 흘러내린 그녀의 부드러운 갈색머리가 허리까지 치렁하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보석 다루듯 살갑게, 가녀린 연인다루듯

살갑게 온 정성을 다해 빗질하고 또 빗질한다 가위를 든 그의

손이 여성의 손처럼 매끈하다 매끈한 손으로 한 올의 흐트러짐도

없이 빗질한 머리카락을 검지와 중지사이에 끼우고 훑어내려 자른다

또 다시 손가락으로 훑어 조심스럽게 자른다 크리스탈 그릇 다루듯

그의 손길은 섬세하고 부드럽다 그렇게 한정없이 머리를 만지는 사이에

손님들은 들고 난다 손님 서넛이 수다를 떨지만 그에게는 그네들의 수다도

들리지 않는 것 같다 그는 지금 삼매경에 빠져 그녀의 머리를 다듬고 빗질

한다 그런 그가 무척 아름답다 아니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의 머리다듬는

행위는 성직자의 경건함을 닮아 있다 온전히 몰입하여 충만하므로 그는 참답

다 그는 참다운 옷으로 부시다 그의 빛이 부딛치는 곳마다 한송이 눈부신 꽃이

피어나다



...................................................................


이 시의 제목만으로 나는 시를 다 읽어버린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작가의 친절함으로 인해 시 전체가 설명적으로
흐르고 있었다. 또한 시와 산문의 경계선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듯한 애매함도 이 시를 읽는데 상당히 거북하였다.

1행 - 어깨를 흘러내린, 부드러운
2행 - 보석 , 살갑게, 가녀린 연인
3행 - 살갑게 온 정성을 다해
4행 - 여성의 손, 매끈하다, 매끈한
6행 - 조심스럽게, 크리스탈
7행 - 섬세하고 부드럽다
9행 - 삼매경에 빠져
10행 - 아름답다, 숭고해
11행 - 성직자의 경건함, 온전히 몰입하여 충만, 참답
12행 - 참다운 옷, 그의 빛, 눈부신 꽃

작가는 제목에서 이미 다 말해버리고 그 나머지는 유사한 느낌의
단어들로 고민없이 혹은 자신의 감정에만 취해 시를 끌어간 듯
하다.
아름답다, 숭고하다, 성직자 같다는 표현은 시를 읽고난 독자의
입에서 나오는 감탄사여야 하지 않을까...

남자 미용사의 섬세함을 작가는 경이롭게 감탄하였지만 나는 시를
읽는 동안 맥이 풀리고 나른해지는 느낌이었다.
남자라는 것 외에는 여느 미용사들과 다를 바 없는 것들만 장황하게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미용사의 일상적이고 외적인 풍경만을 읊은 것에 아쉬움이 든다.

타인의 시를 읽으며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 내가 새롭게 추구하는
것들을 엿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아무튼 서경애님의 시, <그가 아름답다>가 진정 아름답기 위해서는
나의 어줍잖은 감상문과 상관없이 더 퇴고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으며 더불어 나의 시작(詩作)에 대해서도 마땅히 되짚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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