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현 시인의 <립스틱이 지나간 자리>에 대하여, > 작품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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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현 시인의 <립스틱이 지나간 자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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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이 총알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니...... 하긴 그 생김새의 유사성에서 총알을 유추해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양자의 성격상 화장품(미적 매개물)과 총알(살상 무기)은 역할이 다르므로 심리적인 거리는 상당히 멀다. 그러므로 립스틱을 총알로 유추하고 다시 그것으로부터 뻗어간 상상은 긴장과 재미를 준다.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겨/ 당신의 심장을 관통할지도 모른다>는 구절에서 우리는 멈칫한다. <총구를 겨눈다>는 살의의 번쩍임 때문이다. 그것이 주는 텐션만으로도 우리는 이 작품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제 2련에서 립스틱의 이미지는 몸에 나 있는 <여러 색깔의 흉터>로 확산된다. 립스틱이 지나간 자리엔 아주 강렬한 색깔로 흔적이 남는다. 여자들의 화장품 중에서 파운데이션이나 아이 쉐도우 혹은 파우더 등과는 달리 립스틱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가장 감각적인 부분인 입술을 칠하는 것이어서 대단히 자극적이다. 더구나 립스틱의 색깔은 붉은 색이 주조이고, 붉은 색은 피를 연상시키고 피는 다시 생명으로 연결되어 이미지는 더욱 강화된다. 그런데 그 립스틱을 총알로 유추하여 <당신의 심장을 관통할지도 모른다>고 쓰고 있는 것이다.

총알은 살의의 표상이다. 그것이 지나간 자리에는 죽음의 고통 같은 흔적이 남는다. 시인에게는 지금까지 그러한 립스틱(총알)이 지나간 탄흔 같은 <여러 색깔의 흉터>가 <군데군데> 남아있다. 그 고통의 흔적인 <흉터>를 <꽃들>로 해석하고, 그 다양한 꽃들로 해서 인생의 꽃밭이 풍요롭다는 구절에서 우리는 서정의 깊이를 본다.

사족: 마지막의 <여러 색깔의 흉터가 피어낸 꽃들로/ 내 인생의 꽃밭은 풍요롭다>는 표현은 삶의 깊은 해석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설명적이고 자위(自慰)의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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