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벗에게> <무늬><출구><모정-6월에 쓴 편지>등 이영경님의 총 다섯 편의 시를 읽었다. 우선, 시인이 현실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에 반가움을 느낀다. 이혼, 낙태, 전쟁의 상처는 물론이며 우주 질서에 대한 관심, 가깝게는 친구에까지 시인은 다양한 곳에 시선을 맞추고 있다. 현실의 문제를 시로 형상화 시키긴 무척 어렵다. 어지간히 쓰지 않고는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이해시키긴 어렵다.
그러나 시인은 제대로 사물을 관찰하며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균형과 조율이 적절히 맞춰져 있다. 너무 조화를 맞추다보니 거친 느낌은 줄었지만 신선한 맛은 덜하다. 표현이 거칠더라도 사회문제를 다룰 때는 끝까지 자신의 주제의식을 선명히 할 필요가 있다. 어지중간하게 타협한 채 담는 그릇에만 신경 쓴다면 주제의식 보다 문체로만 부각될 우려가 있다.
물론 이것은 젊은 시인에게 거는 일종의 욕심이다. 젊다면 쉽게 타협해선 안된다. 타협하면 바로 <무늬>와 같은 설익음이 나온다.
화선지 위
무심코 떨어진
먹물 한 방울
우주가 열리는 순간
포착에만 열중하다보니 <무심코>와 <우주개벽>을 선언하고 만다. <무심코>라는 단어에 대한 시인의 치열함이 부족한 탓이다. 충고하건대 이런 시는 자신의 시적능력을 확장 시키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호흡이 길어도 좋다. 생각을 끝까지 독사처럼 물어뜯고난 뒤에서야 짧게 쓸 수가 있다. 앞으로 실험성이 강한 시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