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송님,언젠가는 일어나 걸어다니시리라 여깁니다.
와송님,누워서 몸만 내어주는 것이 아닌 걸식하시며
몸과 마음 모두 사바세계 우매한 짐승들에게 나누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와송님,다만 더 깊이 땅 깊이 묻히지는 마시옵소서!
(금이정님,이 시가 이곳에서 보는 마지막 시인가요?
너무나 야속하여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을 잠시만 드러내고
이제 그만 그대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드리겠습니다.
더 큰 물결,큰 파도 헤쳐나가는 문인이 되시리라 믿습니다.)
와송
파계사 원통전 뜰 아래엔
몇 백 년 누워 있는 소나무 있다
단단하고 붉은 몸뚱어리 하나
처억하니 눕혀
안개 낀 사바세계 귀 기울인다
옆에 선 나무들은 우람하게 뻗어
해탈하랴 성불하랴 하늘쪽으로
저마다 다투어 고고한데
번뇌의 땅 근심되어 몸 누이고도
긴 등허리 내밀어
칡넝쿨 올라와 살어라 한다
마음놓고 어울려 살어라 한다
파계사 원통전 뜰 아래엔
몇 백 년 누워 계신 부처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