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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순님의 <바다는 기억처럼>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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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오랫만에 찾아간 바다 앞에 섭니다. 과거에 보았던 바다가 그대로 출렁이고 있습니다. 전에 보았던 <나무다리>가 지금은 <콘크리트>로 <변신>을 했지만 화자에게는 무심하게 <침묵>하는 객관적 사물일 뿐입니다. 현재와 과거(기억 속의 세계)는 마치 <나무다리>와 <콘크리트>의 차이만큼이나 다른데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추억 속에 간절한 <당신> 때문일까요? 아마도 화자가 묵었던 파란대문의 민박집, 지금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그래서 <죽음같은 사랑이 그늘 속 이끼처럼 붙어> 있는 것을 보니 무엇인가가 간절해집니다. 기억의 내용이 많은 이 바다에 <오늘은 혼자> 와 있다는 사실이 새삼 절실해옵니다. 그래서 지금은 눈물도 나고 마음도 아프지만 그러나 <기억> 속에 <뿌리내린 사랑은 무성한 나무로 자라 그 어떤 폭풍우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것을 모르는지 아는지 바다는 <시끄러운 숨결>을 내뿜고 있습니다. 화자의 기억은 지금은 마치 <흰 원피스에 묻어나던 황토흙퍼럼 불그스레한 생채기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 몰래 혼자 와 눈물 떨어뜨리다 갑니다.> 소용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 봄날 아프도록 활짝 피어난 목련꽃도 부질 없는 것입니다.

가만히 읽어보면 아주 절실하고 간절합니다.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족으로 아주 사소한 몇가지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1) <바다는 기억처럼>이란 직유는 쉽게 오지 않습니다. 원래 비유란 관념적인 것을 구체적인 사물에 비교해 나타내는 것이니까 사실은 <기억은 바다처럼>이라고 하면 선명하지요. 그러나 이 시에서는 오히려 바다라는 물리적인 것을 기억이라는 자신의 내면세계에 비유한 것이 낯설기도 하면서 내면으로 끌고 들어가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비유는 신중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죽음같은 사랑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죽음>, <사랑> 이런 말들은 정말 그 외연이 넓고 의미가 깊어서 독자들에게 매우 어렵습니다. 여기서는 이끼처럼 붙어있다는 표현 때문에 어렴풋이 상상은 됩니다만, 그 죽음이 어떤 것인지 어렵습니다. 그 죽음같은 사랑이 예건대 <지독한 사랑>을 말하는 것인가요?

3) <시끄러운 숨결>이 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바다가 <숨결>을 시끄럽게 뿜어내다니요? <숨결>이 감각적으로 진저리가 날 정도로 시끄러울 수가 있을까요? 파도소리를 <숨결>로 비유한 것은 지나쳐 보입니다.

4) <기억>이란 말이 세번 나옵니다. 그런데 첫행의 <기억>(시커먼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듯한)과 14행의 <기억>(사랑이 뿌리내리는 공간으로서의)과 18행의 기억(생채기로 남은)은 하나의 <기억>임에도 너무나 다르게 나타나 있습니다. 시적 리얼리티를 깨뜨릴 수 있지요.

5) 풍성한 어휘를 쓸 수 있는 것은 능력입니다. 그러나 언어를 조금 더 절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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