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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함께 배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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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이영경


나는 날수를 세고 있었다
아직 손가락은 생기지 않았지만
보고 싶은 세상을 위해
참으로 많은 준비 분주하게 하고 있었다
뇌는 여러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고
점차 모든 것이 빠르게 자라고 있었다

나는 엄마를 통해 세상을 그렸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과 가장 닮은 곳
양수의 출렁임같은 파도가 있는 곳

상상이 나래를 펴고 있을 동안
나는 행복했다
끔찍스런 금속이 디밀고 들어오기 전에는

이것이 마지막이란 걸 알았다

꿈꾸던 파아란 세상
하늘도 나무도
바다의 출렁임조차

멈춤.



서경애님,이영경님의 작품 <출구>는 물빛 모임에서 한번 토론한 것으로 저 역시 서경애님의 생각과 비슷하게 몇가지 지적을 하였습니다.이것은 우리들의 진솔한 대화이므로 무엇을 가르친다는 것보다 제 생각과 느낌을 조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영경님께 이미 드렸던 말이 섞여 있기도 할 것입니다.

각 행마다 태아가 갖는 생각들을 작가는 너무나 작가의 상상력으로만 나열하였다는 것입니다. 그 작가는 이미 세상에 나와 있으면서 보고 느낀 것을 다소 무리하게 태아의 상상력에 접목시키고 있어서 저는 왠지 이 작품속의 태아가 참으로 성숙(?)하고 용의주도(?)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연의 4행에서 저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참으로 많은 준비 분주하게 하고 있었다,이 행이 의문스러운 것은 1연의 2,5,6행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태아 자신이 만드는 무슨 준비가 아니고 무엇엔가에 의해 갖추어지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기에 4행이 주는 의미가 다소 작위적이고 억지스런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1연에 쓰여진 나는,아직,참으로,분주,가득,점차,는 불필요하지 않는가 싶습니다.
1연의 1행에 세고,라는 말도 참으로 태아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 같았습니다. 물론 시에 등장하는 태아가 아주 천진하고 백치미에 젖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모든 시가 그렇게 그려진다면 너무 재미없겠지요. 다만 이곳에 드러난(태아라는 말은 없지만) 태아의 지적(?) 수준을 작가는 어떻게 부여하고 있는지 조금 애매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2연의 1행인 나는 엄마를 통해,라는 문장도 무척 거슬렸습니다. 차라리 뒤에 오는 양수를 통해 무엇인가를 상상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엄마,세상,양수,파도,라는 단어의 쓰임에서 작가의 시각으로 태아의 상상력에 접근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작가가 태아가 되어,태아로서의 신선한 상상력,태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언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2연의 2행은 없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3연에서의 1행은 너무 상용적이고 서술적인 표현이라 진부하게 여겨졌습니다.

4연에서 쓰인 이것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가 모호하였습니다. 1행으로서 1연을 만들어야 했는 필연성과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에는 4연은 미흡한 감이 들었습니다.

5연에서 작가(태아)가 꿈꾸던 것들이 다 등장합니다. 파아란 세상. 파란 색은 왠지 건강을 연상시킵니다. 싱싱한 느낌을 줍니다. 또한 성장하는 무엇을 지시하는 것 같습니다. 하늘,나무,바다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앞에 쓰인 세상이라는 말과 함께 이미지가 분산되는 느낌이였습니다.

멈춤. 6연은 흐트러진 마음을 단숨에 긴장시켰습니다. 단어 하나에 그야말로 숨이 잠시 멈추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제목과 연결하여 보았습니다. 출구,라는 제목과 마지막 연의 멈춤,나가는 곳에서 멈추어야 하는 태아의 세상,하늘,나무,바다...상상의 나래. 왜? 라는 의문이 강열하게 치솟았습니다. 왜? 무엇때문에? 그러니 저는 이 멈춤이란 단어에서 아주 극단적인 몇가지 상상을 하였지만 그것은 제 생각 뿐일 수도 있습니다.

첫째,멈춤이란 조기출산 혹은 이상출산일 수 있다.
둘째,멈춤이란 낙태수술을 뜻할 수도 있다.
세째,멈춤이란 태아(양수속)시절의 상상력이 끝나는 것을 뜻할 수도 있다.

끔찍스런 금속이 태아에게 디밀어지듯이 저도 이영경님께 작품을 읽고 제가 느낀 모호한 점들을 다소 차가운 어투로 엮어 내밀어 봅니다.

이영경님과 서경애님,<출구>에 대한 시적 표현법을 떠나서 이야기 드리자면 저는 이 시를 읽고 상당히 마음이 애틋하였습니다. 나 자신이 태아가 되어 어느 따스한 우물 속에 가라앉아 보기도 하였습니다. 끔찍스런 금속이 아닌 하늘에서 내려올 두레박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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