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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흥님의 질문에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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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1> 간절한 ,겸양을 드러내는 시는 바로 저녁놀 이다.
그가 가고 숨 죽인 매혹이 능선에 걸리고 어디로 사라졌을까 물으며 내 속에 굳건한 성채 하나를 둔다는 시어에서 난 시적화자의 간절함과 겸양을 보았다.
<겸양스러운 시>는 <저항할 수 없기 때문에 당혹스럽게 만든다>는 말은 자신을 낮춰 한 대상을 경외감으로 보는 시가 읽는 독자로 하여금 거북함을 준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종교시의 경우 그렇다. 여기서 사라진 그는 신을 언급하지 않았을 뿐이지 의미상으로 보아 신 보다 더 굳건한 반석(성채) 위에 올라있지 않는가?
<그건 모든 시인이 불경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란 말은 위에서 언급한 나의 비평이 자칫 마치 겸양하면 시가 안된다는 식의 일방적인 매도를 막아보고자 전술을 편 것이다. 정직하게 말하면 경의를 표현하지 않음이라는 뜻의 '불경'이 바로 시를 쓰는 기본 자세가 아닌가 하는 나의 의도를 우회하여 표현한 것이다. 바로 뒤에 나는 시적대상자를 공경하였을 경우, 시적완성도에 따라 경외감이 따르든지 편치않은 부담으로 따라온다고 하였다. 즉 불경할 필요는 없지만 무조건적인 공경은 시적완성도를 가져 오기 힘들며 독자를 힘 빠지게 한다는 말이다.

<답변2> 이건 이진흥님과 나의 노선의 차이 같다. 존재에 대한 탐구에 몰두한 시인에게 그건 탐구가 아니라 헌신이고 무조건적인 공경이라고 몰아부치는 격이 된 셈이다.
이진흥님은 이 <저녁놀>이라는 소품에서 시적긴장이라는 수사를 동원하여 대상에 대한 존재탐구가 아니라 대상을 경이의 눈으로만 볼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시인이 사적인 감정을 강요하는 어미의 이기심과 닮았다고 말했던 것이다.

<답변3> 난 진혼의 배경으로 저녁놀이 이용되었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5행부터 마지막 행까지 사라졌던 대상의 배후에 저녁놀이 존재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답변4> 나의 짧은 소품 안에 무슨 <봉헌>과 <경배>가 있는 지라고 이진흥님은 물었다. '봉헌'이라는 말은 물건을 바친다는 뜻이며 '경배'라는 말은 '존경하여 공손히 절을 함'이라는 뜻 이다. 여기서 난 화자가 저녁놀을 바치는 것으로 보았고 굳건한 성채를 자신 속에 넣는 행위를 경배로 보았다. 부러진 날개 퍼덕이며 사라진 그가 '저녁놀로 화한다'고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답변5,6> 남의 의견에 대하여 자기도 그러하다고 느낌이라는 의미인 '공감'이라는 말 대신에 두 사람 이상이 한 가지 것을 공동으로 가진다는 의미의 '공유'라는 단어를 썼다. 시란 단순히 공감의 차원이 아니라 시인의 시적체험을 함께 나누고 다시 재생산(의미의 공감과 의미의 확산)한다는 생각에서 공유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그 공유가 미진하기에 난 시인의 생각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깨춤'이라는 단어를 썼다. 깨를 까불 때의 깨의 동작을 '깨춤추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써 본 것이다. 원색적인 표현으로 들렸다면 죄송하다.
<헌사>라는 표현은 바로 위에서 언급했듯이 사라진 한 대상에 대한 경배의 뜻에서 썼는데 내가 의도한 것은 '헌화가' 이런 의미에서 였다. 사전을 찾아보니 헌사라는 말은 저자, 발행자가 그 책을 남에게 헌정하는 취지를 쓴 글이라고 나와있다. 정확한 단어를 쓰지 못한 점을 시인한다.

<답변7> 내가 말한 '공적인 영역의 깊이가 부재하다'란 것은 한 대상에게 매몰된 나머지 그 대상을 실체적이고 사회적인 인물로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존재탐구가 사적인 영역의 얕음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이 시에서는 지독한 존재탐구가 아니라 한없이 우러르는 가공할만한 대상만 남아있으므로 사적인 영역에 갇혀있다고 감히 말하는 것이다.


이진흥님은 시는 원래 비유의 언어이고 행간의 틈새가 넓기 때문에 독자(비평가)는 그 틈새를 자신의 상상력으로 메워가면서 읽는 창조적인 글읽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시적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창조적으로 읽은 독자(비평가)에게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의도를 가지고 읽어서 의도의 오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시에 대한 배경이라든가 의도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덧붙여 창조적인 글읽기는 독자나름대로의 논리(일관성) 와 언어의 보편성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좀 더 언어의 보편성 안에서 비평했드라면 과연 자신의 시세계에 대해, 이 아마추어 비평가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일반적인 독자(비평가도 마찬가지)가 모두 논리적으로 ,언어의 보편성이라는 장비를 든 채 시를 읽고 비평하지는 못할 것이다. 또한 시인이 의사가 내는 처방전(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엔 상황이 달라졌다. 처방전을 읽을 수 있다)을 고수해서는 시는 그 시인 개인의 전유물에서 벗어나기가 힘들 것이다.

<저녁놀> 이 시를 완벽하게 해독하기 위해 나는 언어의 보편성을 공부해야 하고 논리의 정확성을 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어쩌랴 . 비평에 대해 설명이 아닌 질문으로 시인이 반격해 왔으니. 나의 답변에 대한 재질문과 답변을 아울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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