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녀는 울트라가 된 것인가. 그녀는 자신의 화두인 심연 들여다 보기를 박차고 올라선 것인가. 이제 그녀의 시선은 거칠 것이 없다. 심연이든 공중이든 마음대로 자신을 확장시킨다. 자신의 욕망을 두려워하지 않고 드러내며 가차없이 베어낸다.
무릇 여자시인들은 자신의 욕망을 전면적으로 드러내길 두려워 한다. 하물며 사랑의 파괴성에 주도적으로 가담하기란 쉽지가 않은 일이다. 그녀는 사랑이라는 괴물과 정면으로 맞서 싸운다. 시작과 끝 ,그리고 미래까지 그녀는 사랑(욕망이라고 해도 좋겠다)이라는 전장에서 검투사처럼 계획하고 주도한다. 검투사의 운명이 그러하듯 싸워서 이겨내지 않으면 죽음이므로 그녀는 이 사랑이라는 괴물을 이겨야 하는 처지이다.
져도 상관없다. 그녀는 이미 사랑의 순환성을 알고 있다. 욕망의 순환성을 알고있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서'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것이 중요함을 알고 있는 것이다.
대숲에서 비밀을 획득한 그녀가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