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돌난야*
박경화
겨울 안개비 내리는 운부선원
댓돌 위 낡은 뒤축의 신발 한 켤레
가던 길 멈추고 숨 고르는 중인 듯
마음속 겹겹의 먹구름 쳐내며
난향 피어오를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
차 한 잔 머금고 바라보는 먼 산, 안개비 그치고
다시 선명해지는 산사 풍경
뒤돌아보지 않는 걸음들이 또 다른 길 열고
그 길 끝에서 만나게 될 하나의 바다, 깊숙이 들어가
무진장 피어날 자신을 위해
온몸 물어뜯는 아귀들 물리치는 동안
댓돌 위 신발도 함께 수행 중인 듯
* 난야(蘭若): 한적한 수행처라는 뜻으로, 절, 암자 따위를 이르는 말. (원어) 아란야(阿蘭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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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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