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노란 등 켜지고
지구가 서서히 그 속에 잠긴다

맴맴
매미의 합창소리
고추잠자리 날갯짓 소리
툭툭
모개 떨어지는 소리

현풍 십일 장 갔던 아버지
어둠 뚫고 던져 준
운동화 한 짝에
깊아진 엄마의 입가 주름

폐지 가득 리어카를 끌고 가는 꼬부랑 할머니
거북등 같은 손등

달려가던 강물이 한파에 다리 잡힌 날

지구가 쫙 갈라지고
황금빛
경전이 열린다

꼬투리를 뛰쳐나온 호랑이 콩
펄펄 끓는 물에 몸 던지고
가루가 된
찹쌀마져 또 한 번 순교하니
경전도 사라지고 이름마저 사라져

노인병원 간 어머니, 

리어카 끌던 할머니

따뜻한 온돌방에서 호호 불며 호박죽 드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