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밥
가지런한 잇바디 안
강보에 싸여 태어났다
고요에 물든 노란 밤이었다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뙤약볕*
한여름 밤 은하수 길 희미해질 때
술 달린 외투를 벗었다
바람 속 구르며 단단해졌다
한 톨씩 뜯겨
달콤한 소금물에 휩쓸렸다가
열풍을 타고 빙빙 돌았다
유랑극단 회전목마처럼
나는 산발하는 희망의 파편
그대 손바닥 안에 번지는
내 얼굴의 미소를 보아라
생의 총탄이 튀겨낸
울퉁불퉁한 상처
메마른 땅을 걷는 그대에게
스며들고픈 별빛
나는 밥이다
* 서정주 시인의 <자화상> 중,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을 변주
ㅡ 조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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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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