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내며 상처를

전 영 숙

한밤중 바느질을 합니다

벌어진 천에 천을 덧대

한 땀 한 땀 바늘을 꽂습니다

바늘귀에 실을 꿰는 것이나

함부로 다룰 수 없는 바늘 끝에

절로 온 마음이 모입니다

가늘고 작은 것을

열손가락이 공손이 잡고

기도하는 자세가 됩니다

나뭇잎 떨어져

안팎으로 상처가 많은 시절

바람의 끝이 뾰족해지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창문에 붙어 선 어둠이

슬며시 다가와 속을 보입니다

터진 속이 얼마나 붉은지요

바늘을 들고 촘촘히 봉해주면

검은 입을 다물고 물러납니다

떨어진 것 갈라진 것 해진 것 모두

모아놓고 바느질을 합니다

상처를 내며 상처를 꿰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