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보로시장의 세이지
수하
잠을 자다가
꿈을 꾸다가 들었지
노랫소리 들려오는
추억속의 스카보로시장
밤마다 소년은
꿈속의 노래를 따라
스카보로시장엘 갔었지
아름디운 소녀는 노래하고 있었지
파슬리와 타임과 로즈마리
봄이 오면 꽃을 피우는 세이지
향기 아름다운 꽃 사세요
내가 잠에서 깨어날때
라디오는 노래하고 있었지
다시 봄은 오고 가고
내 잃어버린 사랑도 가버렸지
소년은 자라고 또 자랐지
노래 속의 붉은 세이지꽃
올해도 그녀의 입술처럼 피었지
* 노래 Scarborough Fair는 영국의 전통적 발라드를 1966년 Simon & Garfunkel 이 새로이 불러 전세계인 인기를 얻었다
2)
국화의 외출
꽃잎 사이마다
노란색
향기를 감추고 있다가
바람 한 번
휙
불어 오면
날아가는 저 햇살 속으로
끝이 동그랗고
살짝 뾰족한
꽃잎 모양으로
향기를 던져 준다
새파랗게 물든 하늘
기다렸다는 듯
덥석 받아낸다
그녀는
오늘도
노란 원피스 입고
팔을 벌린 채
거실 한 바퀴
휙 돌고 집을 나선다
3)
바람꽃은 겨울에 피지 않는다
겨울이
봄바람에 잘려 나가면서
쟁쟁쟁 소리를 낸다
햇살은 산그늘을 피해
새순을 낸 양지 바른곳에
웃으며 앉는다
그 따뜻함에
꽃이 핀다
봄바람 속에서
한 무리
바람꽃이 피어난다
바람꽃 사이로
등을 돌린채
돌아가는 겨울이 보인다
아무리 추워도
꽃이 피면 봄이다
4)
꽃의 프로포즈
세월이 가는줄도 모르고
허둥지둥 살아 온 도회지
경주마같던 청춘의 세월은
게 눈 감추듯 어디론가 가버리고
마주한 세월에 어느듯
후회의 장막이 흔들릴때
나를 위해 제법 근사한
한다발 꽃을 사라
그리고
딱 지금부턴
행복하게 살겠다고 다짐해라
꽃은 그럴때 필요하다
솔로몬의 영광도 꽃보다 못하다 하였다
모두가 떠나고 없을땐
나를 사랑해 보면 어때
향기를 폴폴 날리며 그녀가 말했다
나는 순순히 꽃의 프로포즈를 받는다
그녀의 포로가 된다
5)
꽃이 필려는 크로커스
저런
자네 지금 어둠속에서
찬란한 보라빛 꽃으로
마악 피어 날려고
용트림 하지 않는가
마치 아라비아의 종마같은
커다란 경주마가
대지위에 새끼를 낳는 장면처럼 장엄하군
무었이 보이는가
세상에 처음으로 와서
눈을 뜬 기분이 어떤가
매일 아침 지평선 너머에서
호랑이 눈 깔처럼 솟구치며
발광하는 환한 것이 해라네
천지가 캄캄해 져도 울지말게
곧 환하게 웃는 어머니같은
둥근 달이 불을 켜줄 것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