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마음
이규석
봄 가뭄 한창인 오월
흰옷 입고 메밀밭 가꾸시던 할머니 땅 뒤집어
하얀 소금꽃 피울 꿈 뿌렸다
메마르고 까무잡잡한 것들이 과연 생명이 될까,
흙 이불 꾹꾹 눌러 덮었다
아침마다 물 뿌리고
저녁답에는 훠이훠이 새떼들 내쫓았더니
초록빛 잡초들이 먼저 일어섰다
거친 땅에서도 생육하고 번성해야 할 것들
씨 뿌린지 아흐레 만에 연둣빛 주둥이 삐죽이 내밀었다
저 여린 것이 험한 세상 어찌 살아갈까,
호미를 내던지며 터져 나온
할머니의 장탄식 세월 너머 들려왔다
해마다 이어지는 반란 속에서도
일찍 열린 고추 빨리 따이고
성한 채소 먼저 뽑혀 나가는 우리 집 텃밭 역사
장마가 지나간 대서날 아침
잡초보다 더 높게 자란 메밀대
대궁마다 하얀 꽃 매달고 하르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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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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