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종, 초침이 떨어지다
자명종,
초침이 떨어졌다
칠 년 동안 같이 했던 시계
버려야지 했더니
여전히 가고 있다
이쯤에서 접어야지
조금 더 참아야지 하는
내 모습처럼
시계 유리를 깨기 전까진
자기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초침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초침이 없으니
째깍 소리가
들리지 않아 차라리 조용한 삶이다
철학관 간 날
길을 찾을 수 없던 날
점 보러 갔다
밀양 용포 마을
지장암 스님을 만났다
첫 번째 사람은 버리고
두 번째 사람은 인연이 아니고
세 번째 사람은 좀 낫네
하지만 자네는 남자 복이 없네
평생 혼자 사는 것이 둘이 사는 것 보다 낫네
아침밥 굶어 가며 허겁지겁
찾아간 길
혼자 살라는 말 듣기 위해
이만 원 주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