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뒤에 숨는다 > 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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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뒤에 숨는다

 

정해영

 

그가 돌아온다

기러기처럼

 

그 동안 불러보지 못해

딱딱해진 호칭과

책장이며 움푹한 세면대에

그리움이 고여 있다

 

벌써 글썽이는데

 

급한 마음으로

아파트 담장 붉게 핀

장미 가지를 꺽어다

병에 꽂는다

 

불꽃같은 뜨거움이

번져간다

낯빛이 다르고 흙빛이 다른

타국에서

서늘히 식은 몸

덮어 줄

붉은 향기를 펼쳐 놓는다

 

무거운 등짐을 진 우리

서로

얼굴 바라보지 못해

꽃 뒤에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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