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속에서 오래
-쇼나 조각
전 영 숙
돌에서 나온 사람을 봤다
입술이 두텁고 피부가 검었다
나부끼는 머리카락에
살짝 스쳤는데 친밀함이 다가왔다
오래 전에 만난 적 있었을까
고향이 아프리카라고 누군가 말했다
돌 속에서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물어 보지 않았다
천근 쯤 되는 입술을 열게 할 수 없었다
진실이 튀어 나올 것만 같았다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얼굴만큼
여러 얼굴이 보이기도 했다
죽은 혼들은 국적 없이 모두 돌에 스미는 걸까
옛 조상들은 돌의 정령을 믿지 않았는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이 사람이
먼 과거의 나고 먼 미래의 나인 것 같아
오래 뒤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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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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