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연씨의 [자인 단오 한 장군놀이]를 읽고, > 토론해봅시다

본문 바로가기
|
06-05-15 13:24

김상연씨의 [자인 단오 한 장군놀이]를 읽고,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목    록  
자인 단오 한 장군놀이
-김상연

이팝나무꽃 만개한 보리누름철이면

요석이 원효를 만나러 오던
그 길목, 자인 땅 계정숲엔 잔치판이 벌어진다

어널널 상사뒤 어여뒤여 상사뒤

한 장군 오누이가 화관 쓰고 왜구 무찌르던 역사의 현장, 도천산 버들 못은 경제 유토피아 꿈꾸는 후손들 손에 생매장 당한지 오래건만

어널널 상사뒤 어여뒤여 상사뒤

축제라는 이름 아래 한 장군의 허울을 뒤집어 쓴
박제된 잔치판이 벌어진다

이팝나무꽃 만개한 보리누름철이면

------------------------

먼저 썼던 <소쩍새>보다는 훨씬 구체화되어 이해하기 쉽습니다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가 마음에 걸립니다.

(1) 제목이 너무 설명적입니다. 보다 함축적인 것을 생각해 보는 게 어떨는지? 앞의 <소쩍새>라는 제목은 그것이 연상케 하는 설화적인 그늘이 있었는데, 그것을 걷어 내고 나니 군더더기는 없어졌지만, 너무 밋밋한 설명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니 함축적인 제목을 생각해 보고, <자인 단오 한 장군놀이>는 부제로 붙이는 것이 어떨는지요?

(2) 내용은 아주 간단한데 후렴구까지 포함해서 모두 7련이나 되니 늘어진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처음과 마지막이 반복되고 있는데, 별로 길지 않은 시에 그런 반복이나, <어널널 상사뒤 어여뒤여 상사뒤>라는 후렴구도 두 번이나 반복하는 것 등이 너무 늘어지게 합니다. 단오의 한 장군 놀이를 표현하기 위하여 리듬, 특히 우리 가락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 그래도 너무 풀려서 긴장이 없습니다.

(3) 전체 7련 중, 1련과 7련, 2련과 6련, 3련과 5련을 짝을 지어놓고, 가운데의 4련은 산문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도 너무 작위적으로 보입니다.

(4) 서로 다른 정서를 가진 두 개의 얘기(원효와 요석, 한 장군 얘기)를 짧은 서정시 안에 함께 넣은 것도 좀 복잡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자인이라는 지역의 특성을 부각시키려는 작자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독자들은 작자를 이해하더라도 용납하지는 않는 법이지요.

(5) 자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 시가 쉽게 다가오겠지만,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얼른 공감하기 힘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팝나무꽃> <보리누름철>, <요석과 원효>, <계정숲>, <한 장군 오누이> <도천산 버들 못> <자인 단오 한 장군 놀이> 등이 쉽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6) 앞의 항목 (5)에 지적했던 고유명사 같은 것을 짧은 시에 많이 넣는 것은 작자가 유식한 듯한 느낌을 주어 독자의 기분에는 거슬릴 수 있습니다. 작자가 조금이라도 가르치려 한다는 느낌을 독자가 받는다면, 독자는 기분이 좋지 않겠지요.

(7) 개발논리에 밀려서 소중한 전통이나 가치가 함부로 밀려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작자는 그것을 얘기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쉽게 쓰기 위해서(독자들에게 쉽게 읽히기 위해서) 그랬겠지만, <경제 유토피아 꿈꾸는 후손들>이나 <박제된 잔치판> 같은 직설적인 표현도 조금은 더 다듬어 보심이 어떨는지요?

(8) 전체적으로는 큰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닌데, <흠잡기>만 하다 보니 말이 길어졌습니다. 나는 미소년의 미적 안목과 압축표현을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단오절의 전통 놀이를 의도적으로 쓰려다 보니 좀 꾸민 듯한 느낌이 남아 있습니다. 축시 같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시를 쓰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목적 혹은 의도에 매어서 주제를 충분히 내면화하기 힘들기 때문이겠지요.
TAG •
  • ,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목록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94
동인지 제목
추임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22
254
93 답변글
동인지 제목으론 <적갈색 고요>
김학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22
144
92 답변글
어머나!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23
189
91 답변글
저도 한 표
추임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23
160
90
모두 세 편입니다.^^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11
216
89 답변글
잘 읽었습니다.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12
230
88
민들레 외
아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11
241
87 답변글
<민들레 외>를 읽고,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12
612
86 답변글
<민들레 외>를 읽고,
아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13
572
85 답변글
사소한 것 하나 ^^
착한여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14
183
84 답변글
사소한 것 하나 ^^
아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15
131
83
부부 2 외 네 편
카타르시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09
279
82 답변글
작품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09
158
81 답변글
고맙습니다
카타르시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09
170
80
자명종, 초침이 떨어지다 외 1편
카타르시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1
196
79 답변글
자명종, 초침이 떨어지다 외 1편
추임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9
657
78
편지2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8-18
254
77 답변글
샛길에 서서
추임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2
308
76 답변글
편지2
추임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2
147
75
김상연 씨의 [봄날]을 읽고,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5-18
346
74 답변글
봄날을 다시 수정 했습니다.
미소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5-18
207
73
김상연씨의 [풋감 주워다...]에 대하여,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5-18
156
»
김상연씨의 [자인 단오 한 장군놀이]를 읽고,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5-15
180
71
행복한 자의 미소 - 토론을....
김학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4-16
226
70 답변글
이제야 ㅎㅎㅎ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4-22
206
69 답변글
이제야 ㅎㅎㅎ
구름바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4-22
188
68
강촌 - 토론 부탁드림니다.
김학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4-14
210
67 답변글
강촌을 읽고
착한 여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4-15
228
66 답변글
강촌을 읽고-
김학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4-15
318
65
가을
김학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3-26
147
64
김학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3-26
235
63 답변글
봄을 읽고
추임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3-29
166
62 답변글
봄을 읽고-추임새 님, 맙습니다.
구름바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3-30
169
61
썰매개 이야기(수정)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3-24
808
60 답변글
썰매개 이야기(무제)
추임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3-24
151
59
무제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3-20
330
58 답변글
무제를 읽고서
추임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3-21
292
57
황혼을 읽고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2-12
312
56 답변글
황혼을 읽고 - 착한여자, 추임새 님
김학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2-18
172
55
그녀 방의 블루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2-02
671
54 답변글
혼자 중얼거린 생각을 적어봅니다
추임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2-03
159
53
채석강
미소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1-02
159
52
연가
김상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26
352
51
연가
김상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24
674
50 답변글
연가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24
594
49 답변글
오히려 더 아련한 무엇이.........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25
188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Copyright © mulbit.com All rights reserved.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