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학이 상학에게
이규석
길거리엔 보라 바람 휘몰아치는데
이내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던 사내
강물에 빠지고 말았다.
네? 그리 고상한 건 잘 모릅니다
본 적도 없습니다
손에 잡히지도 않습디다
그리 유식한 건 몰라도 잘도 먹고 살던데요, 뭘
왜 제 밥통은 툭하면 빈 깡통이었나요?
사랑, 그게 뭡니까
경전에나 남아있던 말씀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먼저 챙겨야 장땡 아닙니까?
그는 그
나는 나
애당초 마음은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정작 중요한 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더군요
그래도 인간다워야 했다고요?
그가 먼저 베풀었어야지요
입으로 거룩하기보다
내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게 먼저 아닙니까
체통이 무슨 소용입니까, 어르신
앞서 달리던 이 뒤쳐지고
아래 것이 윗분 되는 공처럼 둥근 세상
아직도 보이지 않습니까?
허구한 날
햇볕 뿌리고 바람 날리던 하늘
놀라 어둠 속으로 숨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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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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