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손
앞산 정상에 홀로 서 있다
멀리
거북등 만한 서문시장이 보인다
삶이 물결치는 곳
한복판에 그녀가 있다
생의 반을 반납한 남편과
사 남매를 손끝에 달고 오직 한 길만 걷던
자신을 위해서는
물 한 방울도 아까워한 여자
신명난 한 마당
대자 쥔 손이 허공을 찌르자
춤추는 가위 손
사뿐히 내려오는 화려한 천조각
한 자에 천 원짜리 망사는
파랑새가 되었고
쉼없이 추어야하는 삶
숨 쉬는 동안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그녀의 춤
한 자 한 자 잴 때마다
생은 조금씩 손끝으로 밀려났고
자진모리장단이 진양조로 바뀌어도
차마 내려놓지 못한 가위손
은행잎이 우수수 거리에 융단을 깔던 날
산더미 같은 화마가
며칠 굶은 아귀처럼 시장을 덮쳤고
허공에 주먹만 내밀다
그녀는
서서히 재 속으로 사라졌다
아직도 거북등 속에 갇혀있는 그녀
나비 한 마리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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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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