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가다
정해영
골목길, 창자를 비트는 아이 울음소리와 짐을 싣고 떠나는 엄마, 돌덩이처럼 굳은 할머니는 물 한바가지를 사라지는 자동차 꽁무니에 철썩 쏟아 붓는다
물처럼 돌아서 다시 오라고
잎이 다 떨어진 겨울나무를 올려다보면 갈라졌다 만나는 가지가 있다 나무도 한참 품을 넓힐 때는 이쪽과 저쪽가지가 돌아서는 남남처럼 아주 멀어진다 눈으로 가지 끝을 따라가 보면 어느 먼 물고기자리 별빛아래 만날 것도 같다 보이지 않는 나무위의 눈길 위에서 지금 아이가 발버둥을 치고 있다
그 길 따라가는 지푸라기 하나 잡을 수 없는 공중에서 눈비를 맞으며 햇볕과 바람으로 두터워진, 아이는 어른이 되고 엄마는 할머니가 될 것이다
우듬지 가까이로 시냇물 같은 가지들이 모여드는 것이 보인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
Copyright © mulbit.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