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날아간 화살 과녁에 꽂히듯
산과 들은 온통 연둣빛인데
아이들 봄의 정령과 소곤거리다,
와락 함성을 지른다 무엇 때문일까
서둘러 밭에 나가 일할 엄두도 나질 않아
어른거리는 아지랑이에 눈만 부셨다
헛간을 정리하다 꽃과 꽃들 사이를
너울너울 날아가는 나비를 바라보다,
아이들 함성에 빙그레 웃었다
그래 오늘같이 청명한 날은
넌 나비이고 난 바람이니
먼 지평 끝에 선 시인이고 싶다
아이들 미루나무 들어선 길로 몰려가고
노인이 언덕길 건너간 오후
햇살은 빈 언덕을 비출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