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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감옥

 

전 영 숙

 

윗 지방에는 서리가 내렸다 합니다

소복이 핀 노란 소국이 모여 있어도 추워 보입니다

꿀벌의 가열 찬 날갯짓과 날개를 펼쳐 꽃송이를

덮고 있는 나비가 온기를 보태고 있는 듯합니다

햇볕과 바람은 말리는 일로 돌아 선지 오래입니다

더 춥기 전에 떨어져야 하는데

점 점 미라화 되어 떨어지지도 못합니다

피는 것 보다 지는 게 더 오래 걸리는 작은 나라

노란 감옥에 갇혀 긴 시간 흔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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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 <노란 감옥>이라는 제목에 호기심과 신선도를 느낍니다. 꽃 자체가 감옥이라는 말.

     

    교수님께서 <꽃의 시적 대상성>이라는 교수님 논문을 요약, 말씀해 주셨는데요........

    살짝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꽃은 순수한 사물로서 미적 대상이다.

    꽃이 우리에게 이미지로 대상화된다는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경험되어 하나의 의식현상이 된다는 뜻. 이러한 의식 현상을 서술하고 서술 뒤에 환원을 통하여 남는 것이 현상학적 잔여로서 우리의 목표가 된다. 그런데 환원이란 ‘의미 부여’이고 세계란 ‘의미로서의 세계’이므로 꽃의 대상성은 다시 역설적으로 또 하나의 새로운 의미가 될 수밖에 없다.

    꽃의 특이한 대상성을 세 가지로 구분해 드러내고자 한다고 하시면서...

    1) 진리의 개시성

    꽃은 그 자체가 목적인 존재이므로 본래성 그대로를 드러낸다(비은폐성).

    그런데 진리란 존재자의 존재의 드러남이다. 그리고 <예술의 본질은 존재자의 진리의 작품 가운데로의 자기 정립>이고, <예술작품은 자신의 독자적 방식으로 존재자의 존재를 개시한다.> 시는 예술작품이고 따라서 시는 존재를 개시하는데 그것은 곧 진리를 의미한다. 꽃이 스스로를 순수하게 드러내는 사물이고, 또한 시(예술)가 존재를 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시(예술)는 도구적 사물보다는 그것의 존재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꽃에 우선적으로 쉽게 지향해 나간다. 그러므로 꽃은 진리의 개시(존재의 드러냄)의 가장 손쉬운 표상의 하나로, 시의 대상으로 자주 등장한다.

    2) 비효용성

    꽃은 관조의 대상, 순수하게 우리 앞에 그 본질을 드러내 보여 준다. 비효용성으로 미적 대상(유희 대상)이 된다. 대상은 있는 바 그대로의 것.

    3) 즉자─대자(for-itself─in-itself) 종합의 표상

    시는 <의식과 대상 사이, 인간과 세계 사이를 원초적으로 맺어준다. [...] 시 속의 낱말과 문장들은 의식의 눈 앞에 대상을 객관적으로 나타내거나 표상해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들의 기능은 가능한 한 인간과 세계, 즉자와 대자, 곧 대상과 그것의 개념 가운데 가로놓인 존재론적 전망과 의미론적 조망 사이의 틈을 좁히고 메꾸는 일이다.> 달리 말해 시는 인간과 사물, 대자와 즉자를 연결하는 고리로서 인간과 사물과의 간격을 없애준다.



    이러한 내용은 이전에도 말씀하셨고 또 말씀하시지만 우리가 시에서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면이 많죠? 



    꽃의 외형 그 자체는 꽃이 아니다. 꽃 그 자체는 우리가 인식할 수 없다. 꽃의 드러난 형태를 추정해서 생각할 뿐. 꽃이 살고 있는 그릇(거소)이 꽃의 감옥이라는 뜻.

    ㅡ 서리가 내렸다는 것으로 봐서 때는 10월 말, 상강 즈음인가 봅니다. 그러나 남부지방에서는 꿀벌이나 나비가 보이기도 합니다.

    “꽃송이를 덮고 있는 나비가 온기를 보태”는 듯하다는 시인의 표현에 그 따뜻한 시각과 정서에 공감하는 동인이 많았습니다.(해안님, 목련님 등)

    ㅡ “가열차다”라는 어휘가 표준어로는 “가열하다”라면, 표준어를 굳이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 시에서는 지역어를 살려야 할 별다른 이유는 없으므로 '가열한'으로 쓰면 좋을 듯?

     

    “~~~지”가 기간이면 의존명사로 봐서 띄웁니다.

     

    그를 만난 지(가) 오래되었다. / 그가 잠자리에 든 지(는) 열 시간이 넘었다.

    일이 되는지 안 되는지 궁금하다. / 꾸물대고만 있으니 갈 요량인지 안 갈 요량인지 알 수가 없다.

     

    ㅡ 노란 소국이 무리지어 피었습니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꽃이 시들어 지는 것과는 달리, 이 소국은 그러지를 못하고 피어 있는 상태에서 그대로 마르는 모습에

    시인은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꽃이 져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핀 채로 말라가는 모습을 "노란 감옥"이라 했나 봅니다.

    인생이라는 감옥 안에서 갇힌 줄도 모르고 사는 우리 인생을 빗대었나 봅니다.

     

    ─ 미라화→→ 자연스럽게 “미라가”로

    ─ 끝 행에서 “노란 감옥”과 “흔들리고”가 부자연스러우니, ‘웅크리고’ 또는 ‘마르고’를 생각해 보시라는 말씀.

    울림 있는 좋은 시라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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