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블루
조르바
오고야 말 불행이라면 빨리 겪고 싶은
가슴 떨리는 그런 날이 있네
무엇이라도 기다려야 할 것 같아
갑자기 땅이 흔들린다면, 하는 근심으로
수런수런 내일 일을 자꾸 당기네
코로나 블루는 열리지 않는 창
마스크를 갈아 끼며 희미하게 웃어보네
그대와 나
아무것도 몰랐던 때가 행복했던가
서로 더 알게 되었던 때가 기뻤던가
봄이 왔다고 또다시
가로수 벚꽃들 펑펑 터지는데
그대와 나 또한 삽시간에 터질 것 같네
피고 지는 한때의 일에도
고아라, 넋을 잃던 우리 만남처럼
순수란 얼마나 가슴 미어지는 통증이냐
끝내 유망주이기만 했던 우리
결전의 날은 오지 않는데
잡지 못한 지난날이 아쉬워
오지 않는 희망이 부끄러워
오늘은 봄비가 채찍을 들고 오네
흩어진 꿈 대신 울어 주겠네
그러니 그대 떠나가지 말아라°°
꽃잎 스러질 길을
그대 앞서가지 말아라
°° 박노해의 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에서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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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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