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9회 시 토론 ㅡ 동병상련/코너리님 > 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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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병상련
               

                   

                       이규석

 

 

  쓰르라미 울기 시작한 초아흐레 밤
  볼록이 배가 나온 반달
  서둘러 중천에 솟아올라 두리번거리다
  텃밭 가
  고개 숙인 해바라기 만나선
  “넌 누굴 기다리니?”
  둘이서 손잡고 깔깔대다가
  돌아선 눈빛 위에 이슬 고이고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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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는 잘 쓰려고 하면 저만치 달아나버리는
    그야말로 이재영 선생님의 말을 빌려와 풀면, "시는 요술쟁이"에 해당하나 봅니다.
    달빛과 햇빛, 그리고 해바라기의 삼각관계를 그려보고자 하였으나, 본디 의도와는 달리 더 어렵게 쓰여지니까 말이지요.

    2. 초아흐레밤에 대해....
    그때라면 초승달 혹은 조각달 정도일 텐데 "볼록이 배가 나온 반달"이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는 말이 있었습니다(조르바).
    허나 교수님과 시인께서는 이때의 달 모양이 초승달보다 도톰하게 부풀어 올라 있을 때여서 무리가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화자는 이 달을 임신한 젊은 여인이 비밀스런 사연을 안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어떤 대상을 찾고 있는 광경과 연결시킵니다.
    그러다가 텃밭 가에서 해바라기를 만나게 된다고 합니다.
    같은 처지의 해바라기를 만나서
    서로의 속사정을 토로하는 모습이 동병상련이라는 것이겠지요.

    3. 허나....
      “넌 누굴 기다리니?”라는 직접화법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시적 분위기를 깨는 셈이 되어 버렸습니다.
    게다가 " 둘이서 손잡고 깔깔대다가" ---- 이것이야말로 슬픔의 사연에 어울리지 않는 환호작약의 모습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것.
    그러다가(깔깔거리며 웃다가?)
    "돌아선 눈빛 위에 이슬 고이고 말아" ----- 서로의 심중에 있는 아픔이 겉으로 드러나는 순간이겠지요.
    이것으로 시가 중단되고 맙니다.
    그러니.... 쓰다가 만 시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것!
    시인의 의도는 너무나 지독한 사랑 얘기를 하다가, 차마 말을 더 잇지 못하고 끝내버린 셈인 듯 싶습니다.
    햇빛은 무엇을 드러내고 폭로하는 역할을 한다면
    달빛은 감추고 숨기는, 신비한 감을 주는 역할이라십니다.
    그래서 "월하미인"이라는 말이 있다고 하십니다.
    달빛 아래서 보면 모두 미인!!!!!!. 
    해바라기는 해를 그리워하면서 달빛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었겠지요.
    이 해바라기의 모습이야말로 월하미인이 되어야 할 듯 싶습니다.

    4. 제목을 초가을 무렵의 사위어가는 느낌, 혹은 슬픔의 그늘이 느껴지는 대상을 갖고 오면 좋겠다는 의견.
    예컨대 음력 절기를 갖고 와서 <처서 무렵>이라거나 <처서 지나며>, <해바라기 연가>라든가
    약간 애잔한 느낌의 대상이나 정황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는 조언들이 있었습니다.

    5. 교수님께서는 교수님과 1945년 동갑생인 김명수 시인의 <월식>을 참고용으로 읽어보라고 하십니다. 
     
    월식(月蝕)

                                                                      김명수

      달그늘에 잠긴
      비인 마을의 잠
      사나이 하나가 지나갔다

      곱게 물들어
      발자국 성큼
      성큼
      남겨 놓은 채

      개는 다시 짖지 않았다
      목이 쉬어 짖어대던
      외로운 개

      그 뒤로 누님은
      말이 없었다

      달이
      커다랗게
      불끈 솟은 달이

      슬슬 마을을 가려주던 저녁
     
    ******
    어떤 해설 한 구절을 빌려 왔습니다.
      [...] 한 사나이가 마을로 들어왔다. 그 날은 마침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져 그 윤곽만 남아 있는 컴컴한 밤이다. 사나이는 조심스럽게 걸어온다. 피를 흘리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발자국 성큼/성큼'. 사나이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그 모습이 환히 보이는 듯하다.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시인은 아무런 말이 없다. 그 상상은 우리의 몫이다. 그런데 그 후 개도 짖지 않고 누님도 말이 없어져 버렸다. 그 월식의 밤에. 왜? 그것도 우리의 몫이다. [...]

      한국현대시사에서는1930년대 백석의 서사적 서정시 '여승'이
    김명수 시인에게로 이렇게 이어지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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