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9회 시 토론 ㅡ 수저통/서강님 > 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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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통

  

 

                               전 영 슉

  

 

그때는 빽빽이 꽂혀 있었다

크고 둥근 통에 수저들

늘 모자람이 넘쳐흐르던 시절

수저통만큼은 꽉 차 넘쳐흘렀다

이웃집 사람 누구라도 마주치면

식구가 되었으므로 수저는

동네 사람 수 만큼 많았다

세월이 흐르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식구들 하나 둘 떠난 집

텅 빈 수저통만 남아 엄마 아버지

덩그렇게 담겨 있었다

담겨 덜거덕 거렸다

수저와 함께 사라진 입들

입과 함께 사라진 다정한 가난

그 후 엄마 아버지도 떠난 수저통에

수북한 어둠만이

북적거리지 않는 어둠만이 남아

빽빽이 꽂혀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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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상 수작을 내놓으시니 별로 지적할 것은 없지만 소소한 것들 몇 가지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1. "늘 모자람이 넘쳐흐르던 시절 / 수저통만큼은 꽉 차 넘쳐흘렀다"에서
    "넘쳐 흐르다"는 액체에 쓸 수 있는 말이므로 수저통에게는 '꽉 차고 넘쳤다' 정도가 어울릴 것 같다는 말씀.
    대구가 낳은 신동집 시인의 <빈 콜라병>에는 "빈 콜라병 속에는 빈 콜라가 가득 차 있다"고 노래했는데 
    "모자람이 넘쳐흐르던 시절"이라는 표현도 그러하다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전쟁의 비극도 직설적으로 폐허를 드러내기보다는 순진한 어린아이들의 장난이 이제는 사라진 것으로 묘사하는 것이 오히려 더 리얼하게 느껴진다는 말씀, 영화 <금지된 장난>의 예를 들어주셨습니다. 

    2. 덜거덕거리다와 덜거덩거리다, 달그락거리다 등을 생각해 보시고 작은 느낌이 드는 것으로 쓰는 게 수저통과 어울릴 것이라는 말씀.

    3. "수북한 어둠만이 / 북적거리지 않는 어둠만이 남아/ 빽빽이 꽂혀 살고 있었다"
    이 표현도 상당히 고심해서 쓴 시어 같은데요........ 그러나 만든 말처럼 들릴 수 있다고 하시면서
    교수님께서는 한 단계 더 높은 주문!
    관념화(설명적)되지 않도록 이러한 기억의 상태를 서술적 묘사로 보여주라고 하십니다.
    예컨대 "어둠만 수북하게 남아 / 주방의 불빛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라든지......
    이렇게 이미지를 제시하는 상태가 되면 현대사회의 고독이나 적막감을 독자가 더 잘 느끼게 되지 않겠나 하십니다.

    참고로 신동집 손생님의
    <빈 콜라병> 전문을 올립니다.
     
    빈 콜라병

                            신동집

    빈 콜라병에는 가득히
    빈 콜라가 들어 있다.
    넘어진 빈 콜라 병에는 
    가득히 빈 콜라가 들어 있다.

    빈 콜라병에는 한 자락
    밝은 흰 구름이 비치고
    이 병을 마신 사람의 
    흔적은 아무데도 보이지 않는다.

    넘어진 빈 콜라 병은
    빈 自己를 생각고 있듯이.

    불고가는 가을 바람이 
    넘어진 빈 콜라 병을 달래는가.
    스스로 풀어내는 음악이
    빈 콜라 병을 다스리고 있다.
  • ?
    아래 내용은 <신동집 시인의 시세계> 논문 중 부분 발췌한 것입니다.
    ​오래된 논문이 제 파일에 있어서 누가 쓴 건지는 모르지만.....
    신동엽 시인의 중기 시로, 특히 유명해진 <빈 콜라병>에 관한 부분의 논평을 소개합니다. 

    [중략...] 중기 이후의 시들은 점차 일상적 사물의 존재 확인으로 투사되면서 생자와 사자가 동일관념을 형성하는 귀환의식을 보여준다.

    빈 콜라병에는 가득히
    빈 콜라가 들어 있다
    넘어진 빈 콜라병에는
    가득히 빈 콜라가 들어 있다

    빈 콜라병에는 한 자락
    밝은 흰 구름이 비치고
    이 병을 마신 사람의
    흔적은 아무데도 보이지 않는다

    넘어진 빈 콜라병은
    빈 自己를 생각고 있다
    그 옆에 피어난 들菊 한 송이
    피어난 自己를 생각고 있듯이

    불고 가는 가을바람이
    넘어진 빈 콜라병을 달래는가
    스스로 풀어내는 音樂이
    빈 콜라병을 다스리고 있다

              ― 「빈 콜라병」  전문

      이 시는 1967년 동아일보에 발표되었다가 이듬해에 나온 시집 『빈 콜라병』의 표제가 된 작품이다.
    “생명이 없는 하찮은 콜라병을 시인이 노래하지 않으면 누가 그것들을 노래하랴”는 신동집 시인 자신의 독백처럼
    현대 물질문명의 상징인 콜라병에 존재론적 가치를 부여한 작품이다.
    ​넘어진 빈 콜라병에서 존재를 읽어내는 시인의 직관이 날카롭다.
    ​현대 도심의 어느 공간에서나 발견되는 빈 콜라병은 발달된 물질문명의 소산이요 현대 소비문화의 상징이다.
    ​그 콜라병은 콜라가 가득 찬 유익한(쓸모 있는) 병이 아니라 빈 콜라병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생명이 충만한 존재도 아닌 비어 있어 무익한(쓸모없는) 병이지만 존재하는 것임은 틀림없다는 인식이다.
    ​비어 있는 콜라병은 과거의 흔적이 없는 존재의 현재성을 나타내며
    빈 자기를 생각할 줄 아는 콜라병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을 철저히 하고 자기 고유의 세계를 지녔다는 말이 될 것이다.
    ​스스로 풀어내는 음악으로 자기를 다스릴 줄 아는 이 놀라운 빈 콜라병을 들판의 생명 있는 들국화 한 송이에 비유함으로써
    새로운 차원의 존재 의미(생명의식)를 생각게 하는 것이다.
    ​이렇듯 물질문명 속에서 인간성의 회복을 휴머니즘적 차원에서 노래하는 것은 초기시에서 보여준 허무의식이나 생과 사의 순환의식이
    중기시에 이르러 인간 존재에의 회귀의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 준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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