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9회 시 토론ㅡ찡긋 웃는다/하이디님 > 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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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긋 웃는다

 

 

                                   정해영

 

 

기차 여행을 하다

이야기도 시들 해 질 무렵

그와 내가 가방에서 꺼낸

우연히 표지가 같은 책

 

 

그는 앞부분을,

나는 절반 이상을 읽고 있다

나란히 앉아

그는 앞에 있고

나는 뒤에 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유희처럼 슬픔의

씨를 뿌리는 주인공의

젊은 날을 지나고 있고

 

 

그것이 불행의 열매로 무르익어

따지 않으면 않되는 노년

내가 지나가고 있다

 

 

그는 가끔

고개를 들어 푸를 하늘을

눈부시게 올려다 보고

 

 

나는 계속 아래를 보고

눈시울을 붉힌다

 

 

가끔씩 우린 마주보고

찡긋 웃는다

가벼움과 무거움이,

시작과 결말이

인사를 한다

 

 

또아리를 튼 생의

머리와 꼬리가 슬쩍 스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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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찡긋"이란 눈이나 코를 약간 찡그리는 모양인데요.
    그 부사가 "웃는다"와 연결되면서 생소한 듯하면서도 오히려 의미층을 한층 두텁게 하는 묘미를 주었습니다.
    만일 "씽긋" 웃는다고 했더라면 의태어로서의 기능밖에는 없었겠지요.

    2. 화자와 '그'는 기차여행 중입니다.  공간을 이동하는 중에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았으면서도 서로 다른 세계에 있습니다.
    이건 심리적 시간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그는 / 아무것도 모르는 채 / 유희처럼 슬픔의 / 씨를 뿌리는 주인공의 / 젊은 날을 지나고 있고"
    책 내용이 그러하다는 것으로 읽은 독자도 있었고
    교수님께서는 '그'를 책 내용으로 뿐만 아니라  (실제) 젊은 청년 정도로 '아름다운 오독'을 해 주셨습니다. ㅎㅎ

    3. "가벼움과 무거움이, / 시작과 결말이 / 인사를 한다" 부분에서
    '시작과 결말'은 소설의 도입부와 결말 부분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가벼움과 무거움'이라는 단어가 조금 추상적이지 않나 하는 의문을 보였습니다(조르바).

    4. "또아리를 튼 생의 / 머리와 꼬리가 슬쩍 스치는 / 순간이다"는 이 시의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똬리.
    이른바 불교적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윤회 혹은 순환하는 시간이
    머리와 꼬리가 스치는(만나는) 순간으로 드러나고 있으니까요.
    놀라운 표현이라고 칭찬을 주셨습니다.

    5. 하이디님께서는 사소한 사물이나 그런 정황에서 본질을 사유하는 힘이 대단하시다고
    또 일상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선에 깊이가 있으시다고 칭찬을 주셨습니다. 

    6. "그는 가끔 / 고개를 들어 푸를 하늘을 / 눈부시게 올려다 보고"
    "나는 계속 아래를 보고 / 눈시울을 붉힌다"
    --- 이 두 연을 한 연으로 만들자는 제안(서강님).

    "가끔씩 우린 마주보고 / 찡긋 웃는다"라는 연은 '표정 안에 뜻이 들어 있는 웃음'이라는 점에서 쉽고 좋은 표현이라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7. 행복하게 읽히는, 의미가 깊은, 멋있는 詩였음에 모두가 공감하며 하트를 날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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