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돌아오다
고미현
책상 위 삼각형 이름표가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봄꽃이 피고 지는 동안
백년 은행나무는 숨죽이며 서 있다
닫힌 교문이 아슬아슬하게 열리는
초여름 아침
마스크 너머로 함박웃음 머금고
기쁨을 어깨에 멘 아이들은
들뜬 걸음으로 콩콩콩 들어선다
2학년 5반, 보고 싶은 얼굴들
울컥, 눈시울이 젖는다
주인이 주인으로 돌아온
때늦은 새 학년 첫날
마음은 푸릇푸릇 설레는 3월이다
눈빛으로 말하고
혼자서 놀아도
첨벙첨벙 바다를 누비는
가득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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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고 쉬기
고미현
이, 가을
지리산이 부른다
내 마음을 흔들어대는
구상나무 구절초 고운 단풍
눈부신 풍광에 이끌려
오르고 오르던 지리산 등뼈
스틱을 거꾸로 치켜들고
푸른 하늘에 구멍을 내면
나의 올라온 길이 다 보인다
시간의 저편에
설렘을 남겨 두고
아픈 추억 한 잎 돌아보면
들리는 소리
과유불급 혹은 멈추고 쉬기
내려가는 길 멀다
꺾이는 무릎을 펴고
천왕봉 흰구름처럼
걸터앉아 한 오백년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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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보실 때 어색한 부문 많이 고쳐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