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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37집 원고 (곽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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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전쟁 중


곽 미 숙


잠깐 다니러 온 딸 가족
코로나로 발이 묶였다

평화롭던 집안은 전쟁터로 바뀌고
기관총 소리에
"억"하고 쓰러져도
외손자는 칼로
할아버지 등을 마구 찌른다

제비꽃처럼 순박하던 딸
아들 둘에 전사가 되었나

입에서 창이 매섭게 튀어나온다
할아버지 방패삼아
불사조처럼 살아나는 녀석

족제비눈으로
쳐다보는 딸에게
너희도 다 그렇게 컸단다

할아버지 너털웃음 속에
대를 잇는 전쟁 과 평화
마당의 제비꽃도 전쟁놀이 한창이다




겨울 산


곽 미 숙

산에 오른다
사람의 발길 뜸한 곳에
길 막은 낙엽

사라진 길 찾아 조심스레 오르니
겨울나무 몇 그루
앙상한 머리 흔들며
우우우 운다

아버지의 굽은 등처럼
울퉁불퉁 뼈만 남은 능선
계곡은 짖은 어둠에 쌓여있다

후욱 내뱉는 숨길
가난한 속내 보였나
길가의 웅크린 바위
슬며시 남은 햇살을 건넨다

오를 때 보다 더 험한 내리막길
꺾기는 걸음을 붙잡아주는
노을이 붉다




큰 단지


곽 미 숙

오랜만에 온 시골집

담길 따라 걷다보면
향나무가 먼저알고
마중 나온다

제집인양 길 막는 잡초 달래며
마당에 들어서니

가지 끝 홍시처럼
간당거리던 시절
아침저녁 닦던 단지
홀로 남아
온통 눈물자국이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내 속 같은 단지
이리저리 두드리니
텅 텅 텅
달 하나 품고 있는
소리를 낸다





아차!

곽 미 숙

지하철 문이 열리자 쇼핑백을 든 중년 여인
비어있는 의자를 발견하고는 재빠르게 몸을 앉힌다.
뒤이어 몇 사람이 들어오고
갑자기 튕기듯 일어서는 여인.
문을 향해 뛰어가는데 스르르 닫혀버린 문.
창문 밖 의자위에 오도커니 홀로 있는 핸드백 하나
문 좀 열어 주세요. 꽝.꽝.꽝.
하나님!
너무 어려 놓쳐버린 그 남자 돌려주세요. 꽝.꽝.꽝.





11월


곽 미 숙

고향에 둥지를 틀다
주홍빛 가득한 하늘
새들의 천국

홍시하나 따서 껍질 채 먹으면
한입가득 퍼지는 단맛
엄마가 좋아하던 그 맛

꽃수레 들국화 초록거미 메뚜기
이름도 예쁜 것들 모두
산책길 동무

엄마 젖무덤 같은 흙 만지다보면
금방 하루해가 지고
잘 왔네
참 잘 왔네
어께 춤 절로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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