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얀 놈
간밤 꿈속에서 죽은 동생도 만나고 아버지도 뵈었다 부자가 고향집 마당에 서서 삼강오륜의 해석을 두고 다투었다 부자유친이라, 장유유서하고 공경심이 있으면 정은 절로 생긴다는 말씀에 에이 아부지, 그게 얼마나 어려웠으면 집집마다 슬로건이 되었겠습니까고 맞대꾸했다 생시에는 어림없던 일, 넋을 놓은 아버지 대쪽처럼 꼿꼿하기만 했던 당신의 과거가 영화처럼 스쳤다 고얀 놈! 들릴락 말락 작은 소리가 바람결에 실려왔다 아부지 그때, 공자도 좋지만 장자도 가르치셨더라면 우리 부자父子 물 흐르듯이 편해졌을지 혹 우리도 부자富者가 되었을지 어찌 압니까고 대들었다 나, 누구 편도 들 수가 없어 엉거주춤한데 때맞춰 시뻘건 불자동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꿈이 펄쩍 놀라 사라졌다
깨어난 잠은 땀으로 흥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