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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물빛동인지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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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동인지 원고

올스고르마을 시냇물 외 6편

여호수하 박


올스고르마을 시냇물


깊은 새벽 얼핏 시냇물 흐르는 소리 들린다 잠은 끊어지고 그 물소리 누워 자는 귀 밑으로 지나는 혈관을 타고 피 흐르는 소리였다

낯설다 피 흐르는 소리에 잠을 깨다니 생명의 노래인가 불면의 환청인가 잠들기 전 “말테의 수기“를 읽었었지

환청이라면 책 앞부분에 나오는 올스고르마을에 살고있는 시종직 크리스토퍼 데틀레프 브리게 영감의 죽어가는 소리거나 그 아니면 내 생명의 살아있는 소리일 것이다

생명의 피는 몸속을 돌다가 무슨 일로 나를 깨웠을까 목마른 솔개 한 마리 광야의 하늘에 떠 있어 흘러가는 시냇물을 발견하고 내려앉아 물 한모금 삼키려 하늘을 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닭모이


넓은 들판인데 눈알이 붉은 닭들이 한 마리가 먹이를 발견하고 뒤뚱대며 달려가면 그 뒤를 다른 닭들이 경쟁적으로 뒤따라서 분주하게 먹이를 쪼고 있었다


저만치 멀찍이서 먹이를 찾고있는 닭 들의 눈길에 가만히 나를 뉘었다 날개를 퍼덕이며 내달려 오는 닭 들을 보았다

닭의 먹이가 되고 있었다 육신이 해체되는 순간을 보고 있었다 욕망으로부터 뻗어나간 촘촘한 죄악들이 피를 흘리며 천지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잠에서 깨어나면 오늘도 하루를 살테고 미처 해가 지기도 전에 내가 너무 오래 살았는가 싶은 자괴 인생은 연습 일절 없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닭의 먹이가 되다


황토색 붉은 마당에 팔을 벌린 채로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어디선가 머리가 까만 닭들 수 백 마리가 나를 향하여 맹열하게 달려오더니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쪼며 부리질을 시작하였다


아프다고 소리쳤지만 소용 없었다 피상적 대상이 된 채로 닭들의 모이가 되고 있었다 닭들의 부리질에 오독오독 뼈들이 분질러지고 살들은 허공에 흩어져 집없는 새들의 먹이가 되었다


누군가의 먹이가 된 일은 잘된 일이다 이 천년 전 골고다 언덕에서도 그와같이 죄인들의 먹이로 자신의 살과 피를 송두리째 내어준 젊은이가 있었다


먹이가 되어 뜾겨나간 자리에서 새살이 돋을때 까지 해가 진 어둠속에서 뼈를 바라보며 생명을 보존한다 인생은 기다림 온 밤 새도록 별 하나 유난히 반짝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꿈속 여인 둘


아침이었다 두 여인이 수돗가에서 사방으로 웃음을 튀기며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중에 한 여인의 옷은 앞섶이 많이 개방되어 있고 그 사이로 넘실대며 젖무덤이 옷 밖으로 곧 나올 기세였다


내가 보는 데서 여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한 손으로 커다란 젖을 들어 올리다가 젖꼭지가 보이기도 하였는데 젖몽오리 주변에 빨깃한 발진들이 돋아 있었다


안 보는 척 하면서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실없는 얘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음란한 짓이라도 할 마음이 있었던 것일까

수돗가 아침은 찬물처럼 시원한데 푸른 아침 햇살이 지나가며 슬쩍 여인의 젖을 비추고 달아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엄지발가락에 헌신한 조화순


부끄럼 없이 달렸다 조화순. 염매시장 봉산시장 서문시장 차례로 내달렸다. 처음에는 나물반찬을 팔았다. 맨 나중엔 오만 걸 다 팔았다.


해마다 바퀴 달린 쬐끄만 집을 지은 조화순 폭풍이 불때마다 조화순 눈 앞에서 높은 공중으로 허깨비처럼 집이 날아가는 걸 보았다.


사람들은 알았다 조화순이 참말로 아낀것은 집도 아니고 돈도 아닌 자식도 없이 눈 멀고 다리 저는 남편 딋바라지 하나만이 유일한 위로 인 것을


남편은 그 몸으로 술먹고 행패질을 하였지만 매 맞은 날은 더 일찍 남편을 찾아가는 조화순 똑 같은 말만 되풀이 한다. 그래도 살아있는 남편이 엄지발가락인데 뭔소리 하느냐고 고래 소리 지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윤사월 서방님


봄날 사월에 꿈을 꾸었다 서방님 저만치 앞에 가시고 갓 시집 온 새댁 부지런히 뒤를 따랐다 봄 볕에 아지랑이 몽실하게 피어 오른다


신작로는 봄비에 패여 내다 팔 봄나물 머리에 인 채로 넘어졌다 그래도 울지 않았다 열 아홉살 새댁이라서 장날 서방님 따라가는 길이 너무 좋아서 허둥지둥 걷는 고무신 미끄러웠다


뉘엇 해지는 돌아오는 산길에 접어 들자 밤이 왔다 큰 소리 재촉하는 서방님 무섭고 쉴 줄 모르고 우는 밤 부엉이도 무서웠다 걸음 멈추고 울고 섰더니 서방님 업어 주었다


사월만 되면 그때 봄날 생각난다 어느듯 늙은 여인 되었지만 그리움 남아서 행여 오늘 밤 그때처럼 꿈을 꿀까 잠을 청한다 업어주던 서방님 그해 죽고 혼자 살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여기는 마카오다

돈을 잃은 사람들은
목에 깍지를 끼고 퇴장한다
돈을 딴 사람들은
시거 사이에
벗은 여자들이 놀고 있다

이미 폐인이 된 사람과
아직은 정상인 사람들이
잦은 비가 오르내리는
거리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

비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 과
빗물에 떠내려가는 사람들은
서로 모른체 한다
그것이 이곳의 불문율이다

불이 꺼지지 않는
인생도박놀이터
여기는 마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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