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문상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아는지 모르는지
친구는
웃고만 있었습니다
시간을 되찾을 수 있다면
데려오고 싶었습니다
길은 멀기만 하고
통로가 보이지 않으니
마음만 서성이고 있습니다
그는 오지 못하는데
천둥 번개는 치고
소나기가 내립니다
2)아버지
황금들판에 어스름 내리고
아버지 고단한 어깨에
붉은 노을이 얹혔습니다
주름진 아버지 지게에는
머루 다래 신기한
산열매들이 가득하고
우리들의 입술도
산 열매들의 색깔로
붉고 검보랏빛이 돕니다
뜨겁게 끓어오른 쇠죽을
여물통에 한가득
소에게 갖다주시고
비로소 아버진
늦은 저녁상에 앉습니다
아이들이 곤한 잠에 빠져들면
아버진 마당으로 나가
곤방대로 한 입 실연기
하늘로 올리시고
마당에 하얗게 떨어지는
별들을 줍고 계셨습니다
3)인간
혼자가 편하다고 큰소리 쳤었는데
빈집은 너무 삭막해
외기러기 울음 울 듯
그에게
호출 신호 보낸다
천장에 매달린 등이란 등
다 켜서
온 집안 환히 불 밝히고
출장 간 그를 기다린다
베란다 유리창에 비친
내 그림자에 놀라
가슴 두근거리는 밤
겹겹이 밀려오는 어둠의 갈피에
외로움만 쌓이는데
세상 혼자 버려진 듯
서늘함에
두툼한 이불 속으로
몸을 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