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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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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 외
김상연


고단한 몸 누일
누옥陋屋 하나 마련하기 위해

누군가 삶의 여울에 기대어
한평생 꾸던
소박한 꿈 한 자락일까

그도 저도 아니면,

세월의 거친 등살에 치이고 떠밀려
놓친 줄도 모르고
놓쳐버린

내 꿈 한 자락일까


낮달


돌너덜 산길을 오르내리며
지게로 저다 나르던 나뭇짐보다
힘에 버거운 집안 살림 건사하느라
늘 엎드려 선잠 주무시면서도
등에 업힌 금족 같은 자식 놈 앞길 망칠까봐
뒤척이는 시늉도 한번 않으시던 아버지
평소에는 좋다가도 틀어지면 멱살잡이하는
이웃사촌이 얕잡아 볼까봐
큰 소리도 담장 밖으로 못나가게 하시던 아버지
오늘도 식전 댓바람부터
손에서 떠난 적 없는 약봉지 챙겨들고
잠 들(덜)깬 푸석한 얼굴 비비며
때 놓친 복숭아 열매솎기하러
과수원으로 천근만근 같은 발걸음 옮기신다


낮달


밥 힘보다 약 기운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손발톱 눈 코 입 다 문드러진 울 아버지도
한 때는 몰락한 집안을 일으켜 세울 기둥이였지
조국 근대화의 당당한 기수였지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잘살아보세
잘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라는
새마을 노래에 발 맞춰


낮달


일기도 고르지 않는데
그러다 큰 병나면 어쩌시려고
나루터에 나와 계세요
어머니

하늘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기, 저
반야용선을 타려고

어머니, 반야용선은 타서
뭐하시려고요

조상님 품에 일찍 안긴
너거 누부
너거 성 만나

지들 앞가림 할
법륜의 푸른 젖 물리며
남은 인생
오순도순 살려고


낮달


세상이 구겨버린
이력서 한 장


숨구멍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저기, 저 하늘도
낮달이라는 숨구멍을 두었듯

삶이 지치고 힘들 때
기대고 의지할
마음의 숨구멍 하나 내고 싶다

당신 가슴에

어린 날
손가락에 침 발라 뚫던
문구멍만한

고 문구멍만한


경주에서


어린아이를 업은 젊은 부부가 자전거를 타며 천년의 역사로 탑을 쌓은 경주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있다

나도 한 때는 저런 가정적인 삶을 생각했었지

지금은 편안하게 다 내려놓은





햇솜을 탑니다
소한 날 아침
칠순이 코앞인 어머니가
보름 후면 남의 집 식구가 될 막내 누이
예단으로 가지고 갈 혼수 이불
손수 지으시려고
끼니때도 잊은 채
새하얀 사랑을 탑니다


늦여름


7년 동안 가슴 속에 담아둔 숫매미의 애절한 구애의 세레나데를 듣는다

미역 가지 오이 풋고추 냉채국으로 차린 점심상을 물린 대청마루에 누워

나는 누군가를 위해 세레나데를 불러본 적이 한번이라도 있는가 생각하다

병마와 씨름하는 아버지와 등물을 해본 적도 없다고 생각하니 참 슬프다


사랑


삼시세끼 뜸이 든 밥을 먹고 싶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갓지어낸 구수한 밥, 놋주발에 퍼 담으며

제 앞가림도 못하고 도회의 변두리만 쫓아다니는

다 큰 자식 놈 생각에 눈물바람을 했을

내 첫사랑, 당신과 겸상을 한 채

가물거리는 기억의 편린들을

조각보를 꿰듯 한 땀 한 땀 꿰며

뜸이 든 밥을 매일매일 먹고 싶다


별똥별


별이 하나
밤 마실 간다

카톡, 카톡, 카톡

누군가 보낸
보고 싶다는 문자를 받고

카톡, 카톡, 카톡

산 너머로
밤 마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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