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집 원고입니다 > 토론해봅시다

본문 바로가기
|
16-10-13 12:07

33집 원고입니다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목    록  
오래된 수평선


바다를 지나며 어머니는 ‘그 날의 바다색은 그 날의 하늘빛 이라고 하신다’ 하늘과 바다는 둘로 나뉘어 있지만 하나 라고 하신다 형제가 대 여섯이나 되어도 여러 동강낸 무처럼 처음엔 한 몸이라 하신다 수평선은 답답하고 막막할 때 바다로 나가 멀리서 바라보는 선, 오래 마주하면 어딘가가 꿈틀거려 둘이 하나가 되고 불목 진 여럿이 한 덩이가 되는, 끝없는 善이 線을 지우는 자비의 긴 금이다


어느 날 가늘고 질긴 어머니의 수평선이 끊어졌다 경계를 알려 주시던 줄이 없어졌다


무심히 일러 주시던 당신의 말씀이 수평선 이었다







뉴스와 아이스크림



기다렸다가 보는
저녁 9시 뉴스
냉동실에서 갓 꺼낸
아이스크림 같은
서리 낀

‘벨기에 IS 테러 참사’
뉴스는
한입 베어 물면
간담이 얼얼하다

‘이름 모르는 이에게
장기를 떼어주고
얇은 희망의 이불도 없이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저체온의 저녁

시간이 지날수록
뉴스가 녹는다
저녁 9시가
질퍽하게 흘러내린다






사치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번호가 안 보이는 엄마에게는 사전 속 깨알 같은 글씨를 읽고 공부 하는 딸의 젊음이 호사스러워 보인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없는 가마나 승용차도 상위 등급에 속 한다 대중교통 같은 외연을 지닌 生活은 덜커덩거리고 불편하고 돌아 돌아서 간다 큰 것은 작은 것을 품을 수 있지만 작은 것은 큰 것을 삼키지 못해 쿨럭쿨럭 불화가 인다 소지품을 다 넣을 수 없는 작은 가방은 사랑스럽다 작은 것은 은근히 사치스럽다

심지어 옛 조상님 한 집에 살았다던, 큰어머니의 애간장을 녹이고도 모자랐던 소첩, 작은 어머니도 그 시대 아버지들의 처연한 사치품이다







역사



햇빛에 바래어진
무말랭이처럼

그해 그날
그 고랑에서 뽑아낸
무우 같은 것을
단면으로 베어
말린 것이다

언제인가 그 맛
되씹어 볼 수 있는 쫄깃하고
쪼글쪼글한 활자체로
책속으로 들어가
수백 년 전 일들이
맛으로 남은

알맹이









색깔은 언어이다



비명처럼 싹뚝,
뿌리 잘린 줄기가
화병 속으로 들어섰을 때
잔잔한 물이
오래 품었다

잘려나간 뿌리 대신
기웃기웃 말들이
터져 나왔다

꽃은 흩어지고
저마다의
피워내지 못한
언어의 봉오리들이
수근거린다

홀로 국경을 넘는
시들은 꽃잎에서도
주기도문 같은
말들이 돋아난다








아코디언



바람에 꽃 지는 것이
세월이라면
무심히 너를 따라
갈 수는 없다

너는 당기고
나는 민다

당기고
미는 사이

어느 새 눈 밑에
가혹한 주름
사이사이
흐르는 음률

지그시 누르면
흐르는 눈물 따라
이절도 되고
삼절도 되는

얼굴에는
심금을 울리는 오래된
악기가 있다









카레라이스


누렇고 붉은 흙탕물 같은
카레라이스를 먹으며
갠지스강을 생각한다

바라나시의 골목처럼
깊고 좁고
어둡고 냄새가 나는

소원을 비는 꽃과
시체의 화장재가
함께 흐르는 곳

죄를 씻은 물
더럽고 성스러운 강

카레는 밝고 어두운 맛을
거느리고 행진한다
먹으면서 죽음을 생각하는
기쁨속의 그늘

카레라는 운하를 건너
멀리 갠지스강을
바라본다








TAG •
  • ,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목록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24
35집용-남금희-수정 7편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2
227
323
35집 원고-정정지
목련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4
287
322
35집원고-정해영
정해영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2
281
321
35집 원고 - 전영숙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1
329
320
34집 원고 -곽미숙
해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30
301
319
34집 원고 -고미현
침묵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7
217
318
34집 원고 ㅡ 정지연
정지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7
353
317
34집 원고 (서경애)
서경애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168
316 답변글
34집 원고 (서경애) 수정완료
우주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174
315
34집 원고-남금희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3
213
314
34집 원고 ㅡ 김세현
로즈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3
243
313
전영숙 34집 원고 입니다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1
255
312
2017년 34호 연간집 원고
돌샘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6
428
311
34집 원고입니다.
정정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6
164
310
34집 원고입니다
정해영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5
407
309
파일이 화면상에 보이도록 풀었습니다.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6
236
308
정금옥 - 꽁초외 2편
정금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6
214
307
물빛 33집 시 2편 (1편 더 추가하였습니다)
고미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6
249
306
저도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타르시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251
305
서경애 (초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벅)
우주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374
304 답변글
파일로도 업로드 했사오니 파일로 작업하시면 되옵니다.^…
우주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394
303
김세현 자귀나무외 6편
로즈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265
302
김학례ㅡ 상처
로즈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162
301
김상연 별똥별 외 4편
로즈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223
300
고미현ㅡ 달빛 등산
로즈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257
299
백후자ㅡ 문상외 2편
로즈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196
298
제 33집 김규인 소나무외 2편
로즈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1
175
297
32집 원고 입니다.
미소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8
197
296
33집 원고입니다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8
208
295
33집 원고-남금희-10월 13일(목)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3
232
»
33집 원고입니다
하이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3
195
293
33집에 실을 원고입니다.
정정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2
252
292
32집 원고입니다
김세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7
240
291
32집 원고입니다
정금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2
216
290
32집 원고-남금희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2
226
289
32집 서경애입니다.*.*
우주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1
194
288
32 집 원고 입니다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9-30
275
287
돌샘 이재영 32 집 원고 입니다.
돌샘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9-30
243
286
32집 원고입니다
정해영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9-30
154
285
32집 원고입니다.
카타르시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9-23
236
284
32집에 실을 원고입니다
정정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9-06
162
283
31집 원고
구름바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03
477
282
31집 원고
장희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0
185
281
31집 원고
침묵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0
181
280
31집 원고 입니다
여울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0
275
279
장희자 원고(수정본)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6
245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Copyright © mulbit.com All rights reserved.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