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집 원고입니다 > 토론해봅시다

본문 바로가기
|
15-10-07 01:24

32집 원고입니다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목    록  
1)음식도 자학이다

세상이 시끄러우니 매운 것이 더 당긴다

청양고추 빨갛게 풀고
꿈틀거리는 산 낙지 통째로 넣은
펄펄 끓는 짬뽕을 먹을 때
온몸을 적시는 땀과 와락 쏟아지는 눈물은

지독한 실연 끝에 상처를 쥐어뜯듯이 낄낄거리며
죽어라 마셔대는 쓴 소주
뒷날, 뼈골이 쑤시고 다리가 풀려
땅바닥을 기다가도
해장으로 쓰린 속을 헹구는
얼음 맥주는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헐어터진 입 속에
뇌가 거꾸로 서는 부산 떡볶이,
한 입 씹으면
미친 듯 혓바닥 위를 달리는 불자동차
존재에 사이렌을 켜듯
가슴이 펄떡 뛰는

2)모란

진자줏빛 모본단 저고리 벗어놓고
그녀는 갔네
몸이 물컹해지도록 달큰한 향기
아직도 겨드랑이에 은은한데
왔다간 흔적만 바빠서
대궁이만 홀로 젖었네

황금 빗 세워 윤기 나는 머리
활활 빗고
열 두 겹치마 훌훌 풀어 황홀하게
세상을 휘감더니

봄비 내려 거리를 떠돌다
돌아온 저녁
그녀는 갔네, 가버렸네
자줏빛 저고리 판소리처럼
가슴 저미게 흩어 놓고

3)못

차가운 그의 심장에다 못을 박았다

우주가 수 천 조각으로 찢어졌다
은하계가 직립으로 긴장하면서
우수수 별들이
블랙홀 속으로 사라졌다

마지막 빛에 비친
그의 등에
황혼이 붉은 강처럼 흘러갔다

꽝꽝 벽에
아무리 두들겨도
꿈쩍도 않는
눈,

그가 박아 놓은
못이다


4)거리의 수행자

많은 사람들 지나가는 거리에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가로수
그가 서 있다
골목마다 넘쳐나는 사건들과
귀를 찢는 소음들
흡반처럼 살갗을 파고드는 매연으로
해마다 관절이 툭툭 불거졌다

작은 바람에도 끝없이
욕망과 번뇌를 펄럭이는
나뭇잎들

좀체 가시지 않는 집착의 갈키를
끊어 버리려
집요하게 화두를 틀어쥐면
까맣게 내려앉던 하늘

어느 겨울 아침
밤샌 눈보라에 묵은 화두마저 떨쳐버리고
하얀 무명으로 몸 나투신
플라타너스

5)안지랑골

오만 표정의 바위가 불퉁거리는 안지랑골
무속인들은 대낮에 떨어진
태양의 비늘을 주어 옷깃에 감춰두었다가
깊은 밤 산신께 치성을 드린다
외롭고 아픈 영혼을 불러 위무 하고
엎어진 생 다시 일어나게 해달라고
수 십 개 촛불을 밝혀놓고
징으로 질펀하게 어둠을 패댄다

뿌리 잘린 나무 새뿌리 돋게 하시고
신열로 들뜬 몸 명쾌하게 하시고
주머니마다 금화로 가득 차게 하시고
바위 밑으로 흐르는 물
눌리어 아픈 신음소리를 내는데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징소리
업이 까무룩 잠들었다

TAG •
  • ,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목록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24
35집용-남금희-수정 7편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2
227
323
35집 원고-정정지
목련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4
287
322
35집원고-정해영
정해영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2
281
321
35집 원고 - 전영숙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1
329
320
34집 원고 -곽미숙
해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30
301
319
34집 원고 -고미현
침묵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7
217
318
34집 원고 ㅡ 정지연
정지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7
353
317
34집 원고 (서경애)
서경애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168
316 답변글
34집 원고 (서경애) 수정완료
우주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174
315
34집 원고-남금희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3
213
314
34집 원고 ㅡ 김세현
로즈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3
243
313
전영숙 34집 원고 입니다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1
255
312
2017년 34호 연간집 원고
돌샘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6
428
311
34집 원고입니다.
정정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6
164
310
34집 원고입니다
정해영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5
407
309
파일이 화면상에 보이도록 풀었습니다.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6
236
308
정금옥 - 꽁초외 2편
정금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6
214
307
물빛 33집 시 2편 (1편 더 추가하였습니다)
고미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6
249
306
저도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타르시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251
305
서경애 (초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벅)
우주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374
304 답변글
파일로도 업로드 했사오니 파일로 작업하시면 되옵니다.^…
우주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394
303
김세현 자귀나무외 6편
로즈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265
302
김학례ㅡ 상처
로즈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163
301
김상연 별똥별 외 4편
로즈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224
300
고미현ㅡ 달빛 등산
로즈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258
299
백후자ㅡ 문상외 2편
로즈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196
298
제 33집 김규인 소나무외 2편
로즈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1
175
297
32집 원고 입니다.
미소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8
197
296
33집 원고입니다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8
208
295
33집 원고-남금희-10월 13일(목)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3
232
294
33집 원고입니다
하이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3
196
293
33집에 실을 원고입니다.
정정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2
252
»
32집 원고입니다
김세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7
241
291
32집 원고입니다
정금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2
217
290
32집 원고-남금희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2
226
289
32집 서경애입니다.*.*
우주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1
194
288
32 집 원고 입니다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9-30
276
287
돌샘 이재영 32 집 원고 입니다.
돌샘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9-30
243
286
32집 원고입니다
정해영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9-30
154
285
32집 원고입니다.
카타르시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9-23
236
284
32집에 실을 원고입니다
정정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9-06
162
283
31집 원고
구름바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03
478
282
31집 원고
장희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0
185
281
31집 원고
침묵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0
182
280
31집 원고 입니다
여울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0
275
279
장희자 원고(수정본)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6
245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Copyright © mulbit.com All rights reserved.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