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
복사꽃 꽃잎을
소낙비가 때렸어
우산도 없이
흠뻑졌네
무게를 이기지 못해
바닥으로 추락 하기도하고
상흔만 남긴 채
동병상련인가
떨어지는 아픔을
아파하네,
끔찍한
탑돌이 탑 아래
누가 버리고 간
장미 한 다발
몰래한 사랑 들키기나 한 듯
두 볼이 붉은 네 얼굴
열두 폭 다홍치마 하얀 말기 속
숨겨둔 생채기 같다
밤새 기다리던 상현은 떠나고
하현은 뜬 눈으로 돌아오고
새벽 하늘에
별똥 별이 시퍼렇게
허방으로 떨어지고,
홍 옥
접시위에 빨강사과
한 알
붉은 드레스 훌 훌 벗고
목욕 재계하고
몸을 사린다
칼날을 안고 소용돌이 속 산산이
부서진 몸
투명한 크리스탈 잔에
담겨져 이제 당신의 깊은
영혼의 골짜기로 흘러가리니,
처서 處暑
가을,
풀벌레 연주에 맞추어
그가 온다
한 고개 넘어 또 한 고개
아리랑 고개는 열두 고개
하롱하롱 지는
배롱나무 꽃 터널 속으로
그가 온다
괴나리봇짐 등에 메고
하얀 이빨 드러내며
활짝 웃는 모습으로,
파장 罷 場
드디어
막이 내리고
연극은 끝났다
텅 빈 객석
싸늘한 바람만이
홀로 남았다
천길 아래
협곡으로 떨어진 잔상
그 잔상의 파편들
제멋대로 뒹굴고
타는 갈증
천지사방 둘러보아도
마중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