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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샘 이재영 32 집 원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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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


어느 암자 한 편 뜰에
빼곡히 차있는 독들
수 없는 손결 닿아 윤기가 흐른다

둥실한 독 속에
바위틈에 솟는 샘물 받아 소금 녹이고
솔 냄새 넣어 만든 매주 한 켜,
영취산 바람 한 켜, 새소리 한 켜
넣고 담아 곰삭은 냄새에

인파의 물결 여기로 흘러와
장독대 돌며 익어가는 신비로운 향기에
반짝이는 눈빛 빛난다

그 물결 대웅전으로 흘러가
좌복(坐服)이 흠뻑 젖도록 합장 기도 후
돌아갈 때는 들려있는 항아리 속에는
장독 속에 무르익은 삶의 향기 담아간다



영취산에서


돌샘 가에 서니 투명한 거울,
거울 속에 잠긴 얼굴 봉봉이 기암 일래
그 속에 담긴 마음 티 없이 깨끗하니
돌샘은 언제나 나의 이상

근원이 장대하여 항상 넘치는 물
흘러가면 새 물 고이니
길손도 마시고
다람쥐도 마시고
목마른 자에겐 생명수

퐁퐁 솟아올라 돌돌 흘러 넘쳐
언제나 새로우니
내 마음도 그물 되어
티 없이 살리라



아름다운 영혼들


목메는 목소리로 가슴 울리던
한 시인이 다부동 전투에서 산화한
젊은 꽃송이들의 묘비 앞에 서 있다.

여기저기 묘비 앞엔 부모 형제들이
꽃다발을 놓고 묵념을 올린다.
어느 부모는 삼천몇 통의 편지를 보내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아들은 죽은 것이 아니라
나라 위해 용감히 싸운 자랑스러운 영웅으로
그분들의 가슴 속에 별이 되어 반짝인다.” 하고
시인은 목멘 소리로 울먹인다

이름 없는 수면병들도 무덤마다
나라 위해, 국민 위해, 전우를 위해서
장렬히 목숨을 던진 무용담이 쏟아진다

그렇게도 태연하게 아들 자랑하던 노부부도
떠날 때는 자식 이름 부르면서 오열한다
저 가슴에 고인 샘물은 언제 가야 마를까······
시인도 나도 무심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목멘다

이제야 반기를 단 태극기를 들고
밖으로 나갔더니
국기를 단 집이 한 집도 없다
우리 사회가 메마르고 시리다
태극기 앞에서 맹세하던 그때가 무색하다



눈꽃 속에 요정


함박눈 꽃잎처럼 흩날리는 길 위에
까맣게 차려입은 눈꽃 속에 요정
샛별 눈엔 총명 가득,
입가엔 잔잔한 미소 포근함이여

복사꽃 얼굴에 하얀 너울 쓰시고
흩날리는 눈꽃 새하얗게 깔린 길에
사뿐사뿐 다가오는 선경의 여인

가슴 가득 설레는 마음
예전엔 매일 봐도 처다볼 줄 몰랐네
서로 잠깐 스치면서 인사 몇 마디
그것이 마지막 인연일 줄이야······

지금도 눈길 가면 떠오르는
눈꽃 속에 그 사람
그때 한 마디 물어나 볼걸



영암사지에서


황매산 바위 봉 아래 돌거북 두 마리
몸통은 어디로 가고
껍질만 남아 울고 있다

우뚝한 삼층석탑은
먼 산 지키고 서서
하늘 우러러 한숨짓고 탄식한다

절터와 돌계단에는
무심한 다람쥐, 청설모, 고라니.
멧돼지들 놀이터 되어
그놈들 제터인 줄 알고
오르락내리락 한 바탕 춤추고 간다

와야 할 의인(義人)은 오지 않고
객들만 와서 무엇을 얻고 갈까
오늘은 시인들 오셨으니
이 한을 풀어줄까

옛 터전 그대로 남았으니
덕망 있는 분 와서 새살림을 시작할까
주춧돌만 남은 곳도 새집 새워 번창하니
영암사는 언제 복원되어 옛 얼굴 찾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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