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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06 05:04

32집에 실을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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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도*)

금호강은 가을 하늘을
담아내고 있고
코스모스 꽃밭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가 거대한 앵무새 연을 띄웠다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오른 연은
꼬리를 흔들며
구름 한 점 없는 공중을 날아다녔다
코스모스 꽃밭을 거닐거나
사진을 찍던 사람들이
가슴속에 넣어 두었던,
어릴적 고향 언덕에서 날리던
오래된 연을 꺼내 날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연줄에 매달린
거대한 코스모스 단지가
조금씩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갈대가 손을 흔들었다

*하중도 : 대구 노곡동에 있는 넓은 코스모스 단지가 유명한 곳


(선택)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를 보았다
잠자리는 혼신의 힘을 다 해
거미줄을 흔들고 있었다

타의에 의해 생이 끝나려는 자와
드디어 차려진 식탁 앞에서
만찬을 즐기려 의자에 앉은 자

누구 손을 들어 줄 것인가

잠자리를 날려 보냈다

그날 내내
며칠을 굶었을지도 모르는 거미가
눈에 밟혔다


(먼 그 날)

소망하던 피아노가
우리집에 왔다

다투어 건반을 누르는 아이들
레이스 덮개 걸치고
거실에 자리 잡고 반짝거렸다

아이들 자라 객지로 떠난 뒤
문간방으로 옮겨 앉아 묵상중인 피아노

먼지 쌓인 뚜껑 열고
건반을 누르니
피아노는 젊은 날의
가족사진을 가져와 펴 보인다

단풍이 참 고왔구나
모두 참 많이 웃었구나

텅 빈 집에서 만져보는 먼 그 날


(은행잎 편지)

엉킨 실타래 풀지못해
눈물짓는 소꼽동무에게
가을을 선물하고 싶다
잘 익은 모과 두엇
국화 한 다발

낙엽 쌓인 거리를
그의 손 꼬옥 잡고 걷고 싶다
헤어질땐 그의 처진 어깨를
오래 안아주고 싶다

조금만 기다리면
봄을 실은 열차가 도착할거라고
노란 은행잎으로 편지를 써 보내고 싶다


(식어버린 약속)

가까이서 그를 뵌적은 없지만
생각하면 훈훈했다

여기 오시면 차 한 잔 살게요
의례적인 인사가 아니었다

멀리 있어
약속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시간이 걸릴 뿐
기다리면 기회는 온다고 생각했다

문자가 왔다
어제 그가 세상을 떠났다고

기다림을 무겁게 내려놓는다

찻잔 속에서
지키지 못한 약속이 싸늘하게 식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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