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집 원고 > 토론해봅시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토론해봅시다

|
14-11-03 19:54

31집 원고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전 체 목 록
꽃가락지
농가와 농가사이 미루나무
두 갈레 길에서 언덕길을 걸었다
나머지 한길은 아는 길이라
가는 길은 생소하고 낯설었으나
여울물 울고 새한마리 날아 가고나니
들길의 정적 나를 압도하였다
길가 풀 섶 꽃송이 꺾어
꽃가락지를 만들었다
어느 소녀에게 줄
그때가 봄이었나
햇살 반짝이는

그림 없는 액자
그림 없는 액자 속에 들어가
피카소를 그리다 내 자화상을 그린다
싸락눈 오는 날은 골목길 집들을 그리다,
홍시 있는 마을 너머 강촌을 그린다
마늘 눈 싹터난 푸른 아침을 그리고
놋대야에 떨어지는 빗소리로 산사풍경을 울린다
쇠죽가마에 여물 끓는 저녁을 보고
해지기전 불 켠 우사의 소들을 돌아본다
길가는 나그네 그림자 길게 누운
어스름 산촌의 등불이고 싶다

강촌
억새풀 서늘하게 눕고
강상의 배들 산그늘 싣고 간다
언덕에서서 저녁 해 기우는
능선 위로 부리긴 새 날아가다,
흐린 눈에 점으로 사라지고
서쪽 길 가로질러와
노린재나무에 감도는 바람
토해놓은 가혹한 노을의 형해,
강기슭으로 돌아오는 배들
강촌엔 저녁연기 오르고
여물 끓이는 아이들



물방울 투명한 것들 속에
세상이 잠시 보이고 섬돌에 그늘진
댓잎 바라보니 이 또한 서늘하다
어딜 가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도 없고
그래서 눈뜨면 길을 가는지 모른다
심산유곡 오리나무 위 쪽빛하늘
갈대 흔들리는 물가를 지나
길이 아니라도 가는 길은
마음이 먼저 그곳을 걸어간다
길은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길은 끝이 없다
동자승 절 마당 쓸고
가는 길 우물에
댓잎하나 떨어지고

돈오의 조각을
사방은 고요하고 물안개 자욱하다
비가 내리고 산 어디서 뻐꾹새가 운다
아침을 여는 저 소리 산야에 펴지고
가슴에 신선한 파문을 일으킨다
또다시 들리는 뻐꾸기소리 내리는 비와함께
어린 시절의 산사로 나를 이끌어간다
산사의 법고소리, 백발의 나와 동안의 나를 묶어
悟道의 세계로 실어간들
마음의 흔들림 또한 내리는 비와 같아
부지중에 무명계의 혼란을 느낀다
문득 무학산이 멀어지고
나는 頓悟의 조각을 줍는다
이 이른 새벽에

가을햇살을
어린 시절이 한 폭 수채화로 남는다
실버들 늘어선 길가, 그늘진 낮은 집들
일식으로 어두워진 해를 까만 유리로 보고 있던 일
귀에 익은 서천 물소리 성당지붕에 날아 내린 비둘기
뚜우 하고 정오를 알리는 사이렌
다리 위를 오가는 사람들 채소 실은 달구지
그날 이후 기억 속에 자란 그 조각들
시로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나는 가을햇살을 기다린다
서가에서 산문시 “프라테로와 나”를 꺼내들자
비에 젖는 유리창 너머로 첼로를 든 노인이
언덕길을 내려가고 있다
TAG •
  • ,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목록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869 919회 토론시 / 세족을 겪다/ 조르바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04-26 850
868 5월 꽃바람 (詩)(1차퇴고) 온소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5-23 821
867 썰매개 이야기(수정)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6-03-24 805
866 장날 ㅡ김미숙 1 팔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04-12 787
865 답변글 이오타 님,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6-28 780
864 푸른 먼지 로즈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8-10-04 761
863 좌담회 원고입니다 착한여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3-11-30 734
862 답변글 오즈님, 고맙습니다! 메나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5-09-25 698
861 연가 김상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5-11-24 670
860 독서노트/알랭 드 보통의 불안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2-23 667
859 그녀 방의 블루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6-02-02 665
858 답변글 선생님께 카타르시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5-11-08 664
857 답변글 자명종, 초침이 떨어지다 외 1편 추임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6-10-19 650
856 대청마루 두 개의 문 / 전 영 숙 1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06-14 639
855 답변글 호야꽃 검색 메나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4-20 632
854 35집 원고 - 고미현 침묵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8-10-30 607
853 텃밭의 합창 /이 규 석 1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7-27 605
852 답변글 <민들레 외>를 읽고,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6-11-12 594
851 바람꽃은 겨울에 피지 않는다 1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01-11 582
850 답변글 연가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5-11-24 581
849 겨울 숲에서 외, 세 편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1-19 571
848 답변글 <민들레 외>를 읽고, 아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6-11-13 557
847 블로그 산책 1 꽃나비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3-28 552
846 복수초/이재영 (891회 토론 시) 1 침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2-23 541
845 36집 원고 / 정해영 하이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9-10-09 533
844 겨울 동화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01-25 527
843 돌아가고 싶어요 /정정지 1 목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0-26 498
842 머리말 김세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1-11-15 493
841 핏빛여명 ㅡ팔음 2 팔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09-27 472
840 다 떨어질 동안 / 전 영 숙 (898회 시 토론작) 1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6-08 463
839 물빛 28집 원고 차재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1-10-29 459
838 시간의 심이 뭉툭하다 1 하이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2-23 455
837 하학이 상학에게/ 이규석 1 cornerle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02-08 455
836 답변글 이 세상에 사랑이 있을까? 메나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1-14 447
» 31집 원고 구름바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4-11-03 446
834 그래도 / 곽미숙 (897회 토론용 시) 1 침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5-25 440
833 답변글 鹽田 김학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1-29 435
832 취한 낙타의 시간 * 1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2-23 435
831 검은 비닐봉지에서 나온 것 1 목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8-24 432
830 봄날의 블루-894회 토론용 시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4-12 431
829 곧자왈, 환상 숲 / 이규석 1 cornerle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6-08 429
828 889회 시 토론 ㅡ 수저통/서강님 2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1-27 428
827 물빛 28집 원고(수정본) 우설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1-11-04 427
826 꽃이라는 도시 1 하이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5-11 427
825 물빛 28집 원고 고미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1-11-11 419
824 죄의 무게 / 이규석 1 cornerle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3-23 418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