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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락지
농가와 농가사이 미루나무
두 갈레 길에서 언덕길을 걸었다
나머지 한길은 아는 길이라
가는 길은 생소하고 낯설었으나
여울물 울고 새한마리 날아 가고나니
들길의 정적 나를 압도하였다
길가 풀 섶 꽃송이 꺾어
꽃가락지를 만들었다
어느 소녀에게 줄
그때가 봄이었나
햇살 반짝이는

그림 없는 액자
그림 없는 액자 속에 들어가
피카소를 그리다 내 자화상을 그린다
싸락눈 오는 날은 골목길 집들을 그리다,
홍시 있는 마을 너머 강촌을 그린다
마늘 눈 싹터난 푸른 아침을 그리고
놋대야에 떨어지는 빗소리로 산사풍경을 울린다
쇠죽가마에 여물 끓는 저녁을 보고
해지기전 불 켠 우사의 소들을 돌아본다
길가는 나그네 그림자 길게 누운
어스름 산촌의 등불이고 싶다

강촌
억새풀 서늘하게 눕고
강상의 배들 산그늘 싣고 간다
언덕에서서 저녁 해 기우는
능선 위로 부리긴 새 날아가다,
흐린 눈에 점으로 사라지고
서쪽 길 가로질러와
노린재나무에 감도는 바람
토해놓은 가혹한 노을의 형해,
강기슭으로 돌아오는 배들
강촌엔 저녁연기 오르고
여물 끓이는 아이들



물방울 투명한 것들 속에
세상이 잠시 보이고 섬돌에 그늘진
댓잎 바라보니 이 또한 서늘하다
어딜 가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도 없고
그래서 눈뜨면 길을 가는지 모른다
심산유곡 오리나무 위 쪽빛하늘
갈대 흔들리는 물가를 지나
길이 아니라도 가는 길은
마음이 먼저 그곳을 걸어간다
길은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길은 끝이 없다
동자승 절 마당 쓸고
가는 길 우물에
댓잎하나 떨어지고

돈오의 조각을
사방은 고요하고 물안개 자욱하다
비가 내리고 산 어디서 뻐꾹새가 운다
아침을 여는 저 소리 산야에 펴지고
가슴에 신선한 파문을 일으킨다
또다시 들리는 뻐꾸기소리 내리는 비와함께
어린 시절의 산사로 나를 이끌어간다
산사의 법고소리, 백발의 나와 동안의 나를 묶어
悟道의 세계로 실어간들
마음의 흔들림 또한 내리는 비와 같아
부지중에 무명계의 혼란을 느낀다
문득 무학산이 멀어지고
나는 頓悟의 조각을 줍는다
이 이른 새벽에

가을햇살을
어린 시절이 한 폭 수채화로 남는다
실버들 늘어선 길가, 그늘진 낮은 집들
일식으로 어두워진 해를 까만 유리로 보고 있던 일
귀에 익은 서천 물소리 성당지붕에 날아 내린 비둘기
뚜우 하고 정오를 알리는 사이렌
다리 위를 오가는 사람들 채소 실은 달구지
그날 이후 기억 속에 자란 그 조각들
시로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나는 가을햇살을 기다린다
서가에서 산문시 “프라테로와 나”를 꺼내들자
비에 젖는 유리창 너머로 첼로를 든 노인이
언덕길을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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