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弔花)
서경애
아름다운 꽃길있지요
한 생 접고 누워
평생 한번 받아보는
수 만 송이 멀미나는 꽃 길
전 생애에 흘린
저 눈물 한 잎 한 잎
억만 꽃잎 서늘한 눈물꽃
가슴 저미는 회한
한 켜 한 켜 못내 껴안는
켜켜히 쌓인 응어리 풀어내는
저 마음안에서
끊어진 다리도 잇고
안부 한 자락도 주고 받는
하늘 마음
먼 먼 꽃 길
***
사무치다
서경애
하늘 끝, 닿은 사무침이다
함께 길 떠난
도반이었는데
생의 어느 길목에서
엇갈려 헤어졌다
생 다 덮어두고
오로지 도반을 찾았어야 했는데
길 잃고 저잣거리를 떠돌았다
헤픈 웃음 웃으며
돌아서 후회할
농담을 발했다
한 생을 바람처럼 떠돌며
돌고 돌아 선 길
이제 되돌아갈 길이 아득하다
***
채송화
서경애
붉은 벽돌 깔린 뜰 가장자리
틈 사이사이에 핀
갸날픈 채송화
그 갸날픈 몸짓 오래 보고 있다
내 유년 마당 뜰에 무성히 피고 지던 꽃
그 옆에 적힌 푯말
저는 채송화입니다 밟으면 아파요
그 채송화 한포기 한포기 옮겨
화단이 채송화 천지이다
내년이면 또 씨앗이 날아
붉은 벽돌 틈사이 사이
저 여린 채송화 후손들
앙증맞은 꽃 피워 올리리
저 갑갑한 틈 사이에 갖혀
사람들 무심한 발길에 채일 그대들
삶은 그럴진대
처연히 피어 웃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