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
현관에 신발들이 나란히 줄 서서
아침엔 출타인사
저녁엔 귀환 인사 올리면
두 주먹 불끈 힘 솟으나
어깨 위엔 천근 짐 짓누른다
밤 깊어 들어오면 부족한 신발 한 켤레
캄캄한 천정에 눈 박고 애 끓이면
신발 끄는 소리··· ···,
봄눈 녹 듯 가슴 풀리고 두 눈 소르르
세월 흘러 어느 날 들어오니
부족한 신발 한 켤레
딸이 시집가고
지구가 네댓 바퀴 공전하는 사이
부족한 신발 두 켤레, 두 아들이
저 갈길 찾아 장가들어 살림났다
이젠 들어오면 언제나 외로운 신발 한 쌍
나의 무쇠 팔뚝도 근육질 다 풀리고
어깨는 처져 무거운 짐, 낙엽 한 잎
신발 두 쌍 나란히 줄 선다
나의 별
지나다가 저와 마주칠 때는
이름도 묻지 마세요
관심도 두지 마세요
당신은 언제나 제 가슴을
사로잡는 샛별입니다
어디에서
저를 다시 만날 때는
아는 체도 말고
웃음 짓지도 말고
무표정한 얼굴일지라도
가슴을 뚫을 듯
타오르는 그 눈만 주고 가세요
그 눈빛
제 가슴에 폭풍 되어
주체할 수 없는 불길에
한 줌 재가 될지라도
당신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나의 별이요 희망입니다
촛불
깊은 밤 혼자 지키는
어느 대학의 싸늘한 동생의 병실엔
무거운 침묵 속에 촛불 하나 깜박인다
심장이 멈출 듯 숨 가쁜
심지의 불꽃은 일그러진 얼굴에
속이 허물어지는 고통을 담고
죽은 듯이 누워 명을 재촉한다
저 촛불 마지막 숨결을 고루는 듯
숨소리는 여리게 더 여리게 어디론지
자꾸만 가고 있다
가족들이 다 모였다
깜박거리던 촛불은 바람도 없는데
남은 명마저도 다한 듯
실낱같은 불꽃으로 잦아들며 흔들린다
촛불이 깜박하며 꺼졌다
온 세상이 고요하다
새카맣게 타던 얼굴이
깊은 숙면에 든 듯 이제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