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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락지

농가와 농가사이 미루나무
두 갈레 길에서 언덕길을 걸었다
나머지 한 길은 아는 길이라
가는 길은 생소하고 낯설었으나
여울물 울고 새 한 마리 날아가고 나니
들길의 정적 나를 압도하였다
길가 풀 섶 꽃송이 꺾어
꽃가락지를 만들었다
어느 소녀에게 줄
그때가 봄이었나
햇살 반짝이는


병과 권태
금세 겨울 어두움이 몰려오고
자리에 누웠으나 두통은 심하다
가벼운 현기증에 손끝마저 파르르 떨린다
이따금 가슴도 몹시 두근거린다
안정제와 진통제를 먹고 나서
상체를 일으켜 벽에 기대어 앉으나
사각의 어두운 창문에는
시린 바람이 별들이 포박되어
칼날 같은 의식을 자극한다
그래 추운 겨울이구먼


貧者一燈

貧者一燈 그대 발밑에다 놓는다
마리아 엔더슨의 노래가 머물다 가면
저녁 강에 바람이 분다
안경 너머 성당 탑이 솟는다
바람소리 멀리서 들리는 날
貧者一燈 그대 발밑에 놓는다
누가 성당 문을 열고 있다
저녁 미사는 끝나고


비밀번호가

현수막 걸린 틈 사이로 열린 하늘은
은행통장 비밀번호가 아른거린다
통장에서 이체된 전화 의료보험 카드사용료
따라서 나는 숫자로 존재하는 인생이 아닌가?
나무 찬합에 담아둘 수 있는 호수라면
호숫가 나무그늘에 앉아
김관식과 천상병 시인을 불러
소주를, 그래 소주나 마시고 싶다
열린 하늘은 납같이 무겁고
발밑에 유월이 무너진다
무학산 놀만 붉다


不眠

밤은 내려와 은밀한 눈을 뜬다
때늦은 십일월은 종일 비를 뿌린다
담장과 철조망, 동흥섬유 소각장 굴뚝이
창문 저 편 외등 뒤로 물러나고
내리는 비는 가슴 앓은 여인처럼 흐느껴 운다
난로 위에서 끓고 있는 커피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낡은 축음기로 황성옛터를 틀어놓고
추사의 세한도를 생각한다
창문을 열고 비의 냄새를 맡는다
축축한 어두움이 먹물로 묻어날 것 같다
달아난 잠은 외등 위로 올라가
외롭게 앉아 있다


세월을 낚는다

江上의 빈 조각배
다 저문 날 물결이 흔든다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둠 속 고독한 시간이 모여와
날짐승 둥지에 깃든 온기를 불러낸다
생의 우여곡절 수차례 거듭하다,
강물이 흔들리는 순간
남루한 생의 한 조각을 건져낸다
돌아보면 지난 세월도 아득해
매화가지 하나로
빈 세월을 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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