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피랑을 찾아서
이애란
통영시 동호항에 갔다
비릿한 해조음이
내 허파꽈리에 탁 트인 공기를 불어 넣는다
연어는 제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면 비늘에 무지개꽃이 피고
나는 내 태어난 산비탈 길을 오르면 살갗에 소금꽃이 핀다
유년의 갈매기가 부화한 수십 년 세월이다
염원이 탑처럼 쌓여
집 위에 집, 지붕 위에 집을 이고 사는 마을
담쟁이처럼 얽히고설킨 산비탈 길을
생선 판때기 머리에 이고 오르내리던
아지매 아제들 지금 어디에
‘창복아 술 사 온나’
산 아래 아래로 지붕을 훑고 내려오던 길고 집요했던 목소리
도천동 산꼭대기 집 아제와 아들은 지금 어디에
앞바다와 뒷산이 마주 보고 달리던
동피랑 아닌 곳이 없던
그 시절 그 사람들을 소리 없이 불러본다
벽화 속 날개를 달고 날아가 본다
구수한 커피향이 동화로 피어나는
번지가 다른 집 앞에서 *어정거려도 본다
바람 *써언한 몬당까지 오르다
아는 이라도 만나며 정다운 안부를 묻으리라
‘산다고 욕 보제’
*서성거리다의 통영 사투리
*시원한 산꼭대기 통영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