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주의보
수평선 위로 그물같은 안개가 걸린다
갑자기 흔들거리는 바다
드높아진 수평선은 순식간 비바람에 흩날리는
구릿빛 사나이를 낚아챈다
고립된 어촌은 밤새 펄떡거린다
텅 빈 바다로
하염없이 던져진 시간
그물질하는 여인의 몸에 비늘로 돋아난다
아이 울음 끊긴 마을어귀에
꿰앉은 늙은 과부들이 딱딱하게 말라가는 동안
마구 날뛰는 물고기의
벌어진 아가리로 물컹 수평선이 터진다
막바지 여름이 타들어가는 듯
자욱히 김 서리는 바닷가에
돌아오지 않는 고깃배를 기다리는
단 밥솥이 끓는다
발효
나무가지 위로
물 오른 시간들이 새파랗게 피어날때
도시사람들의 부실한 가슴벽에 벌레들이 기어나온다, 며
할머니는 마른 허공을 긁어댔다
그럴 적마다 의식없이 새어나오는 오줌
먼지 이는 고향 고갯길을 적셔갔다
고향사람들은 짜고 매운 김치를 담궜다 그 해 마지막으로
흙 속 장독을 다져넣었고
배추잎 사이사이 슬픔은 포개어졌다
봄볕이 완강히 내리누르고 있는
장독 뚜껑을 비집고 흘러내리는 국물
아, 시큼하게, 긴 과거로부터 빠져나오는 할머니
주검은 발효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