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 28집 원고(수정본) > 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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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04 10:54

물빛 28집 원고(수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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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한의원에서 실수하는 법

실수의 시작은
한의원에서 시를 쓰려하는 것

비 오는 날
약탕기 유리관에 맺힌 물방울 세다가
물 위에 깔린 노을 상상에 물 붓는 실수

이팝나무 꽃마냥 날아다니는 종이 상상에 차트 실수
차가운 침엽수림 위로 작살 같은 햇살 상상에 침통을 쏟는 실수

한의원에서도 나는 어쩔 수 없는 詩를 앓는 몽상가

유향 몰약을 으깨는 일은
창조적 카오스로 들어가는 일

나는 오늘도 실수하러 한의원에 출근한다.


2) 눈 쌓이는 밤 나의 사려 깊은 고양이

고양이나무에 눈이 포근히 내려앉으면

잔가지들의 수런거림이 시작되고

나의 사려 깊은 고양이가 어둠 속에서

간헐적 불면으로 쾡한 눈으로 푸른 재채기를 하고

내리는 눈이 물고기인양 여기 저기 뛰어다닌 후

하얀 숫눈 길에 오줌을 갈기고

눈의 얼룩을 핥으며 지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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